'높은 타구 속도·하드 히트 비율'…건강한 최지만이라면 반등 요소는 충분

부상·부진에 메츠와 스플릿 계약, 체면 구겨
기량 회복한다면 알론소와 경쟁 구도 형성할 듯

최지만의 샌디에이고 시절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메이저리그(MLB)에서 잔뼈가 굵은 최지만(33)이 뉴욕 메츠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새출발한다. 자존심이 다소 구겨졌지만 건강한 몸으로 반등한다는 각오다.

최지만은 지난 17일 뉴욕 메츠와 1년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는 스프링캠프 초청권이 포함돼 있고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되면 총액 350만달러(약 46억7000만 원)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스플릿 계약이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신분일 때의 내용을 따로 두는 계약 방식이다. 이 계약은 빅리그 로스터를 보장하지 않아 마이너리그를 전전해야 할 수도 있다.

2016년 MLB 데뷔 후 8년을 빅리그에서 버틴 최지만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그러나 '예비 FA' 신분이었던 지난해 부상 등 불운한 상황이 겹치며 39경기 타율 0.163 OPS(출루율+장타율) 0.624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내는 바람에 스플릿 계약을 감수해야 했다.

과거 MLB에서 보낸 8시즌 중 4시즌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던 시기와 비교하면 최지만의 가치가 다소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선수로서의 매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건강한 몸이라면 언제든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는 수치상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MLB 전체 타자들의 평균 타구 속도는 88.4마일이었는데 최지만은 93.4마일로 평균을 상회했다.

타구 속도 95마일 이상 타구 비율을 뜻하는 '하드 히트' 비율에서도 최지만은 지난해 59.2%로 리그 평균(36.3%)보다 훨씬 높았다.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표본은 적지만 장점은 뚜렷하다는 의미다.

최지만의 샌디에이고 시절 모습. ⓒ AFP=뉴스1

MLB 구단들도 이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메츠 외에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워싱턴 내셔널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최지만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 중에서는 1년 100만달러의 메이저리그 계약 제안이 있었다.

나아가 일본의 3개 팀에서는 미국보다 더 큰 계약 규모를 제시하기도 했다. 만약 최지만이 안정을 택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메츠에서의 도전이었다.

현재 메츠의 상황은 최지만에게 나쁘지 않다.

1루수 자리에는 내셔널리그 신인상 출신 피트 알론소(30)가 있지만 2024시즌 후 FA로 풀릴 예정이라 시즌 중 트레이드 가능성이 있다.

지명타자 자리에는 마땅한 주인이 없어 최지만이 노려볼 만하다. 수비력이 좋은 최지만이 1루로 가고 알론소가 지명타자로 나서는 그림도 상상할 수 있다.

이제 관건은 최지만이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부상을 완전히 털어낸 만큼 좋을 때의 모습을 찾는다면 떨어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