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김하성에 오타니·야마모토까지…NL 서부지구 달굴 한일전

한일 슈퍼스타들, 줄줄이 NL 서부 팀들과 대형 계약
SD·SF·다저스, 각각 13차례씩 맞대결 펼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68억원)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MLB) 진출의 꿈을 이룬 이정후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 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2.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김하성과 다르빗슈 유, 마쓰이 유키(이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까지. 내년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는 한국과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집결해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2023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뛰는 한일 빅리거는 김하성과 다르빗슈 둘이었다. 그들은 샌디에이고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어 다른 지구의 팀을 만나야만 한일 빅리거 맞대결이 성사됐는데, 그 횟수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2024년은 달라진다.

이번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의 특징 중 하나는 한일 슈퍼스타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진출이다.

오타니 쇼헤이. ⓒ AFP=뉴스1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로 꼽힌 오타니는 물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노크한 이정후와 야마모토, 마쓰이 모두 복수의 구단의 영입 제안을 받아 고심한 끝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 등 팀 내 입지도 단단하다.

오타니는 계약기간 10년, 총액 7억달러(약 9069억원)로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세부 계약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오타니는 총액의 97%인 6억8000만달러(약 8809억원)를 계약 종료 후 받기로 했고, 나아가 마크 월터 구단주나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 부문 사장이 물러나면 옵트아웃(계약 파기 후 FA 신분이 되는 것)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로 한 다저스 구단의 방향성이 바뀌면 팀을 떠나겠다는 엄포였다.

오타니의 독특한 계약 덕분에 자금에 여유가 생긴 다저스는 이후 일본을 평정한 투수 야마모토와 계약기간 12년, 총액 3억2500만달러(약 4210억원) 조건으로 영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공 한 개도 던지지 않은 투수에게 역대 투수 최고액을 제안한 것.

야마모토 요시노부. 2023.3.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 역시 지갑을 활짝 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 대우인 계약기간 6년, 1억1300만달러(약 1464억원)를 보장했다. 샌디에이고도 마쓰이와 계약기간 5년, 총액 2800만달러(약 363억원)에 계약을 맺으며 뒷문을 강화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최근에는 다저스의 독주와 이를 저지하려는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의 도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한일 빅리거들이 몰리면서 화제성이 더 커졌다.

각 팀들이 전력 강화에 힘쓰면서 내년 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일 빅리거들의 개개인 간 활약이 한해 농사를 좌우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한 시즌에 같은 지구 팀끼리 총 13번씩 맞대결을 펼친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의 김하성(왼쪽) 이정후. 2021.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는 2017~2020년 키움 히어로즈에서 함께 뛴 김하성과 이정후의 자존심 대결은 물론 한일전이 정기적으로 벌어질 예정이다. 김하성과 이정후가 타석에서 야마모토의 공을 시원하게 때리면서 수비 때 오타니의 타구를 호수비로 낚아채는 모습을 즐길 수 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가 2024시즌엔 타자로만 뛴다.

아울러 일본 선수들 간 자존심 대결도 볼거리다. 다르빗슈의 공을 오타니가 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마쓰이가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 오타니를 막아야 하는 모습이 나올 수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가장 먼저 시즌에 돌입하기도 한다. 샌디에이고는 다저스를 상대로 내년 3월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식 개막 2연전을 펼친다. 다저스맨으로 공식 데뷔전을 갖는 오타니와 골드글러브 수상자 김하성의 자존심 대결이 포인트다. 또한 김하성과 야마모토의 투타 맞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3 WBC 우승 후 기뻐하는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다르빗슈 유. ⓒ AFP=뉴스1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김하성과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3월29일부터 4월1일까지 펫코파크에서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원정 4연전을 치른다.

이후 샌프란시스코는 4월2~4일 다저스와 원정 3연전, 4월6~8일 샌디에이고와 홈 3연전을 펼치는 등 한일 빅리거 맞대결이 연이어 진행된다.

시즌 막바지 순위 경쟁이 절정에 이를 때도 세 팀은 다시 격돌한다. 샌프란시스코는 9월에만 샌디에이고와 6차례 맞대결을 펼치고, 샌디에이고는 다저스와 9월25~27일 원정 3연전을 갖는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펼쳐질 한일 슈퍼스타들의 자존심을 건 승부가 세 달 뒤 막이 오른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