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고개 숙이고 속죄의 눈물 흘렸지만…시간 필요한 '신뢰 회복'

팬들은 환영…동료 선수들은 반응은 냉랭
"선수단 아직 불신…시간이 더 필요할 것"

윤이나가 4일 제주 서귀포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두산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 1번 홀에서 갤러리에게 인사하고 있다. (KLPGT 제공) 2024.4.4/뉴스1

(서귀포=뉴스1) 김도용 기자 = '오구 플레이'로 1년 9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던 윤이나(21‧하이트진로)가 필드로 돌아왔다.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영했지만 골프계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윤이나는 5일 제주 서귀포의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파 72)에서 열린 KLPGA 국내 개막전 두산 We've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2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 더블보기 2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쳤다.

이로써 윤이나는 중간 합계 2언더파 142타를 기록, 컷 통과가 유력하다. 이번 대회 예상 컷오프가 이븐파다.

윤이나가 1년 9개월 동안 KLPGA 투어 무대에 오르지 못해 경기력이 우려됐지만 특유의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를 통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냈다.

윤이나는 지난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도중 오구 플레이를 하고도 뒤늦게 신고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한골프협회와 LPGA는 윤이나에게 3년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2024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We've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윤이나. (KLPGA 제공)

하지만 대한골프협회는 지난해, LPGA는 올해 윤이나에 대한 징계를 감경했다. 기회를 얻은 윤이나는 이번 대회를 통해 1년 9개월 만에 KLPGA 투어에 복귀했다.

윤이나의 이번 대회 출전이 알려지자 팬들은 환영했지만 골프계에서는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골프라는 종목의 공정성을 훼손한 선수를 조기에 복귀시킨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선수들도 필드에 돌아온 윤이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냉랭했다. 골프계에 따르면 지난주에 진행된 KLPGA 프로 세미나에서도 일부 선수들은 윤이나의 복귀를 반기지 않았다.

국내 개막전 첫날 '윤이나 파이팅!' '기다렸다 윤이나' 등을 외치던 팬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4일 윤이나가 연습 그린에 모습을 드러내자 다른 선수들은 그와의 인사를 피하거나 무표정으로 답하는 등 분위기가 어색했다. 또한 일부 선수들은 윤이나의 조기 복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 등 반응이 싸늘했다.

윤이나는 복귀 후 처음으로 티잉 구역에 오른 윤이나는 그동안 자신을 응원한 팬들에게 감사와 사죄의 인사를 했다. 이후 경기를 모두 마친 뒤에는 속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윤이나가 5일 제주 서귀포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두산 위브 챔피언십' 2라운드 13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T 제공) 2024.4.5/뉴스1

2라운드에서는 함께 플레이한 황유민(21‧롯데), 방신실(20‧KB금융그룹)과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눴다.

하지만 윤이나를 향한 부정적인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대회 이튿날 골프계 관계자는 "윤이나의 복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아직 불신이 팽배한다"면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라운드를 마친 뒤 윤이나는 "전날보다 마음이 편했다. 오랜만에 대회에 나서 긴장도 했지만 팬들을 만나 반갑다"면서 "지난 실수를 통해 더 성장하고 정직한 선수, 더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