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화두 던지고 불필요한 논란…안세영, 침묵은 해결책이 아니다
[기자의눈] 부조리 폭로 후 협회·미디어와 단절
소통 부재로 생긴 문제, 소통으로 풀어내야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안세영(22·삼성생명)은 2024년 배드민턴계를 넘어 스포츠계를 뜨겁게 달군 인물이다. 8월 파리 올림픽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대표팀에서 당한 부조리를 폭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을 딴 자체만으로도 이슈인데 정점에서 폭탄 발언을 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올림픽에서 시작된 논란은 계절이 바뀌고 해가 넘어가려는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그러나 정작 화두를 던진 당사자 안세영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디어는 물론 배드민턴협회와 소통도 없다.
논란 이후 제자리에서 묵묵히 노력 중인 다른 선수들의 활약상은 묻히고 있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도 빛이 바래는 분위기다. 안세영으로 비롯된 일, 자신은 피하고 싶겠으나 어쨌든 직접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HSBC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파이널스 2024에서 동메달을 딴 안세영은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비록 원하는 메달 색은 아니었지만 대회에 앞서 BWF 올해의 여자 선수상, 여자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여자 선수 등 2관왕에 오르는 성과도 있었다.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안세영에게 소회를 듣기 위해 십여명의 취재진이 입국장에 모였는데, 안세영은 입을 다물었다.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공항 밖으로 나가 준비된 차에 올라탔다.
안세영은 올림픽 후 첫 국제대회였던 10월 덴마크 오픈(은메달), 11월 중국 마스터스(금메달)를 마치고도 취재진을 피했고, 이번에도 반복됐다.
인터뷰는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수개월째 팬들과 만나는 창구인 미디어를 피하고, 배드민턴협회와도 소통을 차단하고 있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협회는 이달 초 경남 밀양에서 파리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격려하기 위한 포상식을 열었는데, 안세영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포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길영아 감독이 1억 원을 대리 수령했다.
안세영이 밝힌 불참 사유는 개인 사정이었는데, 같은 시간 남동생과 용인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삼성생명-BNK) 경기를 보러 간 것이 포착돼 또 논란이 됐다. 미리 잡힌 선약이라 했지만 자신을 위해 마련된 협회 행사에 불참한 이유로는 합당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안세영은 자신을 향한 관심이 부담스러워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그래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그 조명 때문에, 피해를 보는 또 다른 선수들도 있다.
16일 입국 현장에는 월드 투어에서 금메달을 딴 이소희-백하나가 있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평소 같았으면 협회에서 마중 나와 환영 행사를 했겠지만, 안세영 사태로 인해 밋밋한 귀국이 됐다.
현재 분위기라면 내년에도 안세영의 행동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우려스럽다.
외부의 일 대신 경기에 힘을 쏟으려는 선수의 마음을 틀렸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계속 국가대표 생활을 할 것이라면 외부와 적당한 소통도 필요하다. 인터뷰가 껄끄럽다면 협회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이를 위해 협회도 이전보다 더욱 열린 자세와 존중하는 마음으로 선수를 대해야 한다.
올림픽 후 협회는 많이 고민하고 있다. 안세영의 요구대로 국가대표 운영 지침 개정, 후원사 계약 조항 변경 등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최소한 과거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좋은 화두를 던진 안세영도 이제 다른 노력을 보여줄 때다. 본인의 뜻대로 운동에만 전념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 상황에서 침묵은 어떤 해결책도 될 수 없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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