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 기수 최용범 "가문의 영광, 경기보다 떨릴 듯" [패럴림픽]
10개월 만에 태극 마크…파라 카누 대표로 출전
파리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의 기수를 맡은 파라 카누 국가대표 최용범(27·KL3·도원이엔씨)이 "가문의 영광"이라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개회식은 29일(한국시간) 패럴림픽의 상징인 '아지토스'가 걸린 개선문과 콩코르드 광장을 잇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펼쳐진다. 최용범은 한국 선수단의 기수로 선정, 태극기를 들고 앞장선다.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파리 패럴림픽 선수촌에서 만난 최용범은 "기수로 선정됐다고 들었을 때 아주 기뻤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경기는 많이 해봤지만 기수는 처음이라 더 떨린다"고 말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최용범을 기수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올림픽을 목표로 했던 선수가 다시 패럴림픽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면서 "패럴림픽은 장애를 갖게 된 이후에도 새로운 꿈을 꿀 기회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비장애 카누 선수였던 최용범은 지난 2022년 3월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이후 부여중 시절 은사였던 주종관 코치의 권유로 파라 카누를 시작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상태에서 다시 배에 오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중학생 선수들과 연습 경기에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최용범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승부욕도 많이 올라왔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주 코치의 지도와 응원 덕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최용범은 "(코치님이) 다시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던 만큼 천천히 끌어올리면 충분히 괜찮아질 거라고 하셨다"며 "위로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코치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다친 뒤 막막하던 순간 먼저 찾아와주셔서 파라 카누라는 종목이 있다는 걸 알려주셨다"면서 "다시 운동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고 덧붙였다.
피나는 노력 끝에 최용범은 파라 카누를 시작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거머쥐며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최용범은 "2년 전 큰 사고를 당하고 1년 동안 재활 치료를 받던 내가 패럴림픽에 출전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파라 카누 선수가 패럴림픽 무대를 밟는 건 최용범이 최초다. 그만큼 책임감이 크겠지만 최용범은 "다른 생각은 버리고 준비한 것만 집중하고 있다. 그냥 준비한 만큼 좋은 성적을 내보자는 생각이 크다"고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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