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한계 절감한 레슬링…2개 대회 연속 노메달[올림픽]
3명 '미니 선수단' 꾸렸으나 1승도 없이 전원 탈락
亞에서도 이미 변방…체계적 시스템 등 변화 절실
- 권혁준 기자
(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 레슬링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한계를 절감했다. '효자종목'으로 불리던 한때의 위상이 유명무실할 정도로 한국과 세계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만 가고 있다.
레슬링 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여자 자유형 62㎏급의 이한빛(30·완주군청)을 끝으로 모든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당초 이번 대회에 그레코로만형 130㎏ 이상급 이승찬(29·강원체육회), 그레코로만형 97㎏급 김승준(30·성신양회) 등 두 명만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그러다 북한 선수의 출전권 반납으로 이한빛이 극적으로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며 3명이 출전했다.
결과에 반전은 없었다. 이승찬, 김승준, 이한빛 등 세 명 모두 첫판인 16강에서 탈락했다. 이승찬과 김승준은 16강 상대의 결승 진출로 패자전 기회를 얻었지만 이 역시 살리지 못했다. 3명이 5전 5패로, 단 한 번의 승전도 전하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 레슬링은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2연속 올림픽 노메달의 수모를 안게 됐다. 한국 레슬링의 마지막 올림픽 메달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김현우가 따낸 동메달이다.
안한봉, 심권호, 정지현, 김현우, 류한수 등 스타플레이어를 연이어 배출한 레슬링은 한때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효자 종목으로 활약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김현우와 류한수가 30대 중반에 접어들 때까지 이들의 뒤를 이을 만한 선수들이 자라지 못했고 한국 레슬링의 위상은 급격히 떨어졌다.
전 세계가 아닌 아시아로 무대를 좁혀도 이는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2개 따는 데 그쳤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조차 획득하지 못한 것은 1966년 방콕 아시안게임(동메달 2개) 이후 57년 만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했으니 1년 만에 열린 올림픽에서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일각에서는 한국 레슬링이 이번 대회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렇다 할 반전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레슬링 선수층은 점점 얇아지는 추세고, 2012년 삼성이 손을 뗀 이후론 지원도 변변찮다.
이번 대회에서 중량급 첫 역사를 노렸던 이승찬은 "중량급은 훈련 파트너 자체가 부족하다"면서 "국내에서 훈련하다 세계 무대로 나오면 그 차이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승찬은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라도 바뀌어야 한다"며 "사비를 털어서라도 해외 훈련을 나가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다.
김승준도 "선수들의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다. 힘든 훈련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많고 간절함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 20년 정도의 프로젝트를 잡고 유망주를 육성해야 한다. 결국 유망주들을 많이 길러내는 것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위기 상황에 놓인 후 끝 모를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레슬링은, 변화가 절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현 상황은 고착화되고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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