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선배들의 줄탈락…'막내 여전사' 안세영 어깨가 무겁다[올림픽]
남녀 복식 세 조, 여자단식 김가은 탈락
3일 오후 숙적 야마구치와 운명의 8강전
- 문대현 기자
(파리=뉴스1) 문대현 기자 = '역대급 멤버'라는 수식과 함께 많은 기대를 받았던 배드민턴 대표팀의 중간 성적이 다소 아쉽다. 혼합복식 두 조가 각각 결승과 동메달 결정전에 오른 것은 반가우나 메달 가능성이 있었던 다른 선수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혼합복식과 함께 이제 남은 선수는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 뿐이다. 대표팀의 막내인 안세영은 떨어진 한국의 명예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8강을 준비한다.
1일(이하 한국시간) 배드민턴 경기가 열렸던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는 한국 선수들의 눈물로 가득 찼다.
시작은 여자복식이었다. 이날 맨 처음 경기에 나선 김소영(인천공항)-공희용(전북은행)은 8강에서 말레이시아의 펄리 탄-티난 무랄리타란 조에 0-2로 완패했다.
곧이어 이소희(인천국제공항)-백하나(MG새마을금고)가 출전했지만, 중국의 류성수-탄닝 조에 0-2로 크게 졌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대회 전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우승 후보로 지목받았던 남자복식 서승재-강민혁(이상 삼성생명)에 이어 여자 단식 김가은(삼성생명)마저 토너먼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선수들 모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응원해 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괴로워했고, 공동취재구역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한국 팀 간 열린 혼합복식 4강에서는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이 이겼지만, 서승재-채유정(인천국제공항)이 고배를 마셨다. 채유정은 상실감이 큰 듯 취재진에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 없이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승자 김원호-정나은도 활짝 웃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 남은 선수를 응원해야 한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토너먼트를 시작하지 않은 선수는 안세영이다.
조별 예선 2연승에 이어 1번 시드에 따른 혜택으로 받은 16강을 통과한 안세영은 3일 오후 열릴 8강전을 준비하며 선배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전장에서 패하고 돌아오는 언니·오빠들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반대로 안세영이 선배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고 경기에 나선다. 안세영이 의도한 상황은 아니지만 선배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안세영의 다음 상대는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다. 야마구치는 안세영이 1위에 오르기 전까지 왕좌를 지키던 일본의 에이스다. 지난해 초까지 안세영에게 11승5패로 앞서 '천적', '숙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안세영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긴 뒤 부상과 부진으로 5위까지 밀렸다. 그 바람에 파리 올림픽 조 편성에서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하면서 일찍 안세영을 만났다.
이들의 대결은 전현 세계랭킹 1위 간 만남이자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 전망이다.
안세영은 개인과 국가의 명예가 동시에 걸린 8강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현재 안세영은 야마구치에게 10승13패로 열세지만, 최근 7번의 맞대결에서는 5승2패로 우세했다. 더 이상 못 넘을 산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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