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남자 펀치야…'성별 논란' 여성 복서의 상대, 46초만에 기권[올림픽]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성별 논란 속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링으로 복귀한 여자 복싱 선수가 첫 경기에서 46초 만에 기권승을 거뒀다. 이번 경기로 '남성 염색체'를 가진 여성 선수들에 대한 잡음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2일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가 여자 복싱 66㎏급 16강전에서 안젤라 카리니(25·이탈리아)를 상대로 46초 만에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칼리프는 시작과 동시에 30초 동안 펀치를 날렸고 카리나의 코를 강하게 가격해 코너로 몰았다. 카리니의 코치가 기권한다는 신호를 보내며 칼리프가 승자로 선언됐다. 이후 카리니는 흐느끼며 칼리프의 손을 흔들기를 거부했으며 링에서 무릎을 꿇었다.

카리니는 코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경기를 포기했지만, 악감정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파이터로서 내 일을 했을 뿐"이라며 "나는 여기에 누군가를 판단하러 온 사람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칼리프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는 점에서 예견된 상황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칼리프는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을 몇 시간 앞두고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를 넘겨 실격 처리됐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칼리프가 XY염색체(남성 염색체) 가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IBA는 심판 판정 논란 등의 영향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퇴출당했고, 경기를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칼리프의 여성부 출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런 결정에 칼리프의 첫 상대 국가인 이탈리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경기에 앞서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남성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선수가 여자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누군가를 차별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여성 선수들이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칼리프의 8강 상대인 헝가리의 안나 루카 하모리는 "(칼리프가) 무섭지 않다"며 "(카리니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포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칼리프와 맞붙은 호주의 마리사 윌리엄슨은 "IOC는 한두 명이 아니라 모든 선수의 안전을 보장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며 "칼리프 같은 선수들이 여자 스포츠로 출전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칼리프와 같은 처지의 57㎏급 린위팅(28·대만)의 경기가 남아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린위팅 역시 남성 염색체로 인해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실격됐지만 올해 올림픽에서 복귀했다. 린위팅은 이날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에 16강전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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