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도쿄 불발 후 마침내 웃은 이우석 "파리서 金 딸 운명"[올림픽]

한국 남자양궁, 단체전서 프랑스 꺾고 금메달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4.7.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지난 두 번의 올림픽 출전권을 연달아 놓쳤던 한국 남자 양궁 단체팀의 이우석(27·코오롱)이 금메달을 획득한 뒤 "파리에서 딸 운명이었나 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우석은 30일(한국시간) 김우진(32·청주시청), 김제덕(20·예천군청)과 함께 나선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를 세트 점수 5-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우석이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기량은 출중했지만 유독 연이 닿지 않았다.

만 19세의 나이로 도전한 2016 리우 올림픽 선발전에선 최종 평가전에서 8명 중 4위를 기록,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한 끗 차로 놓쳤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울었다. 당당히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대회 자체가 미뤄졌다. 1년 뒤 다시 열린 선발전에서 최종 8명까지는 올랐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이우석이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포효하고 있다. 2024.7.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하지만 이우석은 좌절하지 않았고, 2전 3기 끝에 올림픽 무대를 밟아 환희의 순간을 맛봤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을 이우석은 "(도쿄 올림픽 연기로 1년 뒤 선발전에서 뽑힌) 김제덕이 2관왕 했다. 사람 일이라는 게 어찌 될지 모르더라"면서도 "사람마다 잘 될 시기가 있고 난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운명이었나 보다.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올림픽이었지만 이우석은 긴장하지 않았다. 특히 결승전에서는 6발의 화살을 모두 10점에 꽂아 넣으며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우석은 "전혀 긴장이 안 됐다. 결승전이 오히려 더 긴장이 안 되더라. 그래서 '오늘이 날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즐기려고 했다"며 여유 있게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마지막 활을 쏘러 들어갈 땐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아들이 올림픽에 떨어지는 걸 뒤에서 지켜보며 어머니께서 울었다"면서 "이 한 발로 끝내자는 생각으로 쐈는데, 10점에 맞아서 다행이었다"며 밝게 웃었다.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 박성수 감독이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손가락 세개를 펴 보이며 3연패를 알리고 있다. 2024.7.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올림픽 첫 경기를 금메달로 장식한 이우석은 이제 개인전을 통해 2관왕까지 도전한다. 개인전에서 이우석은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김우진과 4강에서 '집안싸움'을 펼치게 될 수도 있다.

이우석은 "4강에서 (김우진과) 붙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한국 양궁은 원래 집안싸움 붙어도 봐주는 거 없다"며 농담도 덧붙였다.

이번 금메달을 통해 국제대회 통산 10번째 메달이자 마지막 퍼즐이었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이우석은 이제 최장기 국가대표라는 또 다른 꿈을 정조준한다.

그는 "임동현 코치님이 가진 18년의 태극마크 기록을 깨서 한국 양궁 최장기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