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앞두고 조합 바꾼 결단…'반효진 金·혼성 銀' 만들었다 [올림픽]

혼성 조합을 대회 현장에서 변경, 금메달 결실
장갑석 감독 "두 선수 모두 믿었기에 가능했어"

대한민국 사격 대표팀 반효진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2024.7.2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샤토루=뉴스1) 문대현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 중인 한국 사격대표팀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중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딴 공기소총은, 장갑석 감독의 지략이 큰 영향을 미쳤다.

파리 올림픽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반효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사격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251.8점을 쏜 뒤 중국 황위팅과 슛오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7일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혼성에서 은메달을 딴 뒤 두 번째로 공기소총에서 메달이 나왔는데, 16세 고교생 반효진이 금빛 총성을 울렸다.

반효진은 1992 바르셀로나 대회 여갑순(금메달), 2000 시드니 대회 강초현(은메달)에 이어 24년 만에 '여고생 사격 메달리스트'의 명성을 이었고, 한국의 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이라는 타이틀까지 가져갔다. 그리고 역대 한국의 하계 올림픽 역사상 가장 어린 금메달리스트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빛나는 성과를 낸 반효진의 과정을 살펴보면 극적이라 할 만하다.

반효진은 지난달까지 박하준과 함께 혼성 공기소총 훈련을 해왔다. 두 선수 모두 기량이 남달라 좋은 성적이 예상됐다.

그러나 장 감독은 혼성 경기를 앞둔 이틀 앞둔 25일 박하준의 파트너를 금지현으로 전격 교체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반효진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게 아니냐며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금지현·박하준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 시상식 후 은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장갑석 감독. 2024.7.27/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박하준-금지현이 은메달을 따고, 새 파트너 최대한과 호흡을 맞춘 반효진은 본선 22위에 그치자 이런 여론은 더욱 확산했다.

그러나 반효진은 개인전 활약으로 이를 불식시켰다. 전날 본선에서 올림픽 기록인 634.5점을 쏘며 결선에 오르더니 메달 결정전에서는 올림픽 타이기록을 세운 뒤 슛오프에서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장 감독은 그간 일련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적지 않은 기간 호흡을 맞추던 파트너를 교체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최선의 결과를 위한 결단이었다는 게 장 감독의 말이다.

장 감독은 "선수단이 샤토루로 오기 전 파리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했을 때 혼성 조의 기록을 쟀는데 반효진의 점수가 다소 들쑥날쑥했다. 이후 샤토루로 와서 다시 기록을 쟀는데 그때는 정말 잘 쐈다. 고민되는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코치들과 상의를 했고 최종적으로 (반)효진, (금)지현이를 믿고 파트너 교체를 결정했다. 효진이에게는 '네 기량이라면 우리가 혼성 1, 2위를 다툴 수 있다'고 자신감을 줬다. 효진이도 동의했다"며 "효진이가 혼성 결선 진출을 못한 뒤 울더라. 그래서 '너의 주 종목은 개인전'이라고 격려했는데 정말 해냈다"고 아버지 같은 마음을 표현했다.

대한민국 사격 대표팀 반효진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7.2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장 감독은 또 하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는 "효진이가 평소 훈련과 대표 선발전에서 모두 연습용 탄을 갖고 임했다. 연습용의 반동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다더라"며 "그러나 나는 정밀도가 떨어진다고 봤다. 아주 작은 실수가 결정적인 미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500발이 한 통에 들어 있는 연습용 탄 대신 1개의 케이스에 1개의 탄이 꽂힌 실탄을 사용하자고 효진이를 설득했다. 선수도 동의했고 금메달까지 땄다"고 활짝 웃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