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문도 없이 패스'…안전 우려 컸는데 엉터리 보안 [올림픽]

개회식 안전사고 없이 끝났지만 보안은 허술

2024 파리 올림픽을 하루 앞둔 25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과 센강 인근의 파시(Passy) 지하철역 앞 도로가 헌병대원들의 통제로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2024.7.25/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북한'으로 안내하는 황당한 실수가 나오기는 했지만,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우려했던 테러를 비롯한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끝났다. '예술과 문화의 나라'다운 화려한 구성 속, 열기구에 올라탄 올림픽 성화는 100년 만에 파리 밤하늘을 밝혔다.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를 슬로건으로 내건 파리 올림픽은 27일 오전(한국시간) 유럽 문화 수도인 파리에서 공식 개막을 알렸고, 8월 11일까지 열전에 돌입한다.

약 4시간 동안 진행한 개회식은 화려하고 성대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선수단을 태운 보트가 입장하는, 파격적인 수상 개회식은 역사에 한 페이지에 기록될 장관을 연출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7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개최국인 프랑스 선수단을 태운 보트가 트로카데로 광장을 향해 수상 행진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7.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가장 우려됐던 안전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개회식 당일 고속철도 방화 사건, 공항 폭탄 테러 위협 등 사건이 발생해 긴장감이 고조됐는데 엄격한 통제 속에 돌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히 잘 마무리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삼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비 태세는 너무 엉성했다. 자칫 큰 사고가 날지 모르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보안 관계자들은 너무 태평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개회식의 후반 프로그램이 진행된 트로카데로광장만 셔틀버스를 운행했지만, 센강 개회식 방면은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뉴스1은 센강 개회식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 보트 퍼레이드의 출발점인 파리의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찾았다. 개회식 장소 주변 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도로 곳곳이 통제되는 바람에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안전한 올림픽을 위해 감내할 수 있는 수고로움이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7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을 태운 보트가 트로카데로 광장을 향해 수상 행진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7.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문제는 관람 구역으로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과정이었다. 취재진이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조직위가 공인한 입장권과 스티커, 그리고 신분을 확인하기 위한 AD 카드와 여권 등 4가지 준비물이 반드시 필요했다.

예정대로라면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검문이 필요했다. 하지만 보안 인력은 취재진을 자유롭게 통과시켜줬다. 소지품을 꼼꼼하게 검사하는 건 물론 노트북 등 전자제품과 물이 들어있는 텀블러도 확인해야 했지만 전혀 그런 '과정'이 없었다. 조직위의 설명과 달리 입장권과 스티커, 여권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 AD 카드만 보여주면 끝이었다.

엉터리 보안을 경험한 건 외국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브라질 매체 기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당신도 '프리패스'로 들어왔냐"고 묻더니 미흡한 보안 시스템을 비판했다.

개회식에 앞서 경기장과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방문했을 때도 이런 적이 없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었지만 신분과 소지품 검사를 철저하게 받아야 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7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우비를 입고 각국 선수단의 수상 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7.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번 파리 올림픽은 어느 대회보다 테러 가능성이 컸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4만 명이 넘는 경찰, 군인 등 보안 인력을 배치하고, 이것도 모자라 한국, 미국 등 각국에 경찰 병력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철통 보안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개회식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앞으로 계속 운을 바랄 수는 없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