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도 뚫어낸 파리의 도전…야심찬 센강 개회식, 대성공 [올림픽]

(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이 야심차게 준비한 센강 개회식이 큰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역사에 한 페이지에 기록될 장관을 연출했다.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를 슬로건으로 내건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27일 오전(한국시간) 파리 센강에서 진행됐다.

사방이 뻥 뚫린 환경 때문에 각종 테러와 사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선수단을 태운 '보트 퍼레이드'는 안전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리는 올림픽을 보기 위해 모인 지구촌 30만여 명은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단을 뜨겁게 환대했다.

개회식은 여러 차별성을 강조한 파리 대회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이벤트였다. 참가하는 각국 선수들이 경기장 트랙이 아닌 강에서 보트를 타고 입장한다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획기적이면서 흥분되는 역사의 현장을 눈에 담으려는 열기는 뜨거웠다.

파리의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한 보트는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등 파리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지나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약 6㎞를 행진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 구간을 4개 구역으로 나눴고, 30만여 명의 관중이 이를 채웠다.

뉴스1은 보트 퍼레이드의 출발점인 오스테를리츠 다리로 향했다. 대중교통으로만 센강 개회식 현장을 갈 수 있는데, 도로 곳곳이 엄격한 통제로 폐쇄돼 꽤 먼 길을 걸어야 했다.

30분 가까이 걸은 끝에 도달했을 때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입장의 마지막 관문인 소지품 검사를 받으려는 인파로 긴 줄이 이어졌다.

줄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지만 누구 하나 싫은 내색을 표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특별한 개회식을 직접 볼 수 있게 돼 너무 기대되고 설렌다"며 들뜬 반응이었다.

국적도 각양각색이었다. 개최국 프랑스와 인접한 유럽 국가들은 물론 멀리 아시아, 미주, 오세아니아에서 온 사람도 쉽게 눈에 띄었다. 그만큼 이번 개회식에 대한 기대가 전 세계적으로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검문을 마치고 입장하자, 보트 퍼레이드를 보기 좋아 보이는 '명당'은 이미 수많은 사람이 차지했다. 그래도 모두 질서정연하게 있었고, 자리싸움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어느 위치에 서더라도 센강을 보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38분 프랑스 국기를 표현한 삼색(파란색·흰색·빨간색) 폭죽이 화끈하게 터지며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근대 올림픽 개최국인 그리스가 가장 먼저 출발했고, 그 뒤로 난민팀이 따르고 이어 프랑스 알파벳 순서에 따라 차례로 나섰다.

선수단을 태운 크고 작은 다양한 배가 지나갈 때마다 관중들은 크게 손뼉을 치고 환호했다. 머리 위로 전투기들이 커다란 하트를 수놓자 열광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빗줄기가 점점 거세졌다. 하지만 관중들은 궂은 날씨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않고 준비한 우산과 우비 속에서 역사에 남을 보트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기왕이면 화창한 날씨에 펼쳐졌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센강 개회식은 대호평을 받았다. 사람들은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다. 너무 익숙해 지루할 수 있던 개회식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었다"고 엄지를 들었다.

개최국 프랑스를 끝으로 보트 퍼레이드가 마무리됐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자신한 대로, 확실히 '보는 맛'이 있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