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오심 눈물' 신아람의 조언 "염두에 두되 깊이 생각하진 말길"

2012 올림픽 4강서 오심에 탈락…"최대한 피해 덜 봐야"
"女 에페 송세라 가장 기대하지만, 당연한 결과는 없어"

전 펜싱 국가대표 신아람. /뉴스1 DB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신아람(38)은 한때 한국 펜싱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다. 만 18세던 2004년부터 은퇴한 2018년까지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고 여자 에페의 전성기를 연 주인공이다.

대중들에게는 올림픽 오심의 피해자로도 기억된다. 신아람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4강에서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을 상대로 승기를 잡았으나, 마지막 1초가 오랫동안 지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서 끝내 패했다. 패배가 확정된 후 신아람이 피스트에 앉아 오열하는 모습에 온 국민이 마음 아파했다.

그래도 신아람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이어진 단체전에서 동료들과 함께 은메달을 합작했다. 한국 여자 에페 종목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었다.

올림픽 역사상 손에 꼽히는 오심 사건이 벌어진 지 어느덧 12년이 지났고, 그사이 차근차근 발전한 한국 펜싱은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에서도 펜싱은 양궁과 함께 금메달 획득이 유력한 종목으로 꼽힌다.

'펜싱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도 우려가 없진 않다. 펜싱은 오랫동안 유럽 선수들에 대한 편파 판정과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런던 올림픽 이후 1초 단위 시계가 사라지면서 신아람과 같은 사례는 나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을 지울 수는 없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오심 피해로 눈물 흘렸던 신아람. /뉴스1 DB

신아람 역시 그런 우려를 지워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에선 (오심·편파 판정이) 종종 있는 일이긴 하다"면서 "그래도 항상 그런 건 아니니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신아람은 "어쨌든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미리 대처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그런 상황이 나왔을 때 빠르게 어필을 해야 다음 오심은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오심에 대한 걱정이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오심에 대한 부분은 염두에 두고 있긴 해야 하지만, 깊이 생각하진 말아야 한다"면서 "생각이 많아지다가 오히려 준비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더욱 아쉽지 않나"라고 했다.

신아람이 터를 닦은 여자 펜싱 에페는 2020 도쿄 대회에서도 단체전 은메달을 땄고,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노리고 있다.

2020 도쿄 멤버인 최인정(계룡시청), 강영미(광주서구청), 송세라(부산시청), 이혜인(강원도청)이 그대로 출격하는 가운데, 이번엔 단체전뿐 아니라 신아람이 하지 못한 개인전 메달도 노린다.

신아람은 "이번에 나가는 선수들 모두 내가 선수 생활할 때도 함께 했던 동료들"이라면서 "종종 연락하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내가 참여하지 않아도 그들의 힘듦을 함께 공감하며 응원한다"고 했다.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 최인정, 이혜인, 송세라, 강영미(왼쪽부터)와 구교동 코치. /뉴스1 DB ⓒ News1 이동해 기자

가장 주목받는 이는 역시나 '에이스' 송세라다. 2022년 세계선수권에서 20년 만에 여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수확한 송세라는, 이번 대회에서 단체전 에이스로 기대되고, 개인전에서도 메달 후보로 꼽힌다.

신아람은 "도쿄 올림픽과 비교하면 확실히 송세라가 팀 전체를 끌어주는 느낌이 짙어졌다"면서 "이전까지는 상대방을 끌어들인 뒤 반격하는 기술이 좋았다면, 이제는 몰아붙이는 공격력도 갖췄다. 지고 있어도 불안한 느낌이 없다"고 칭찬했다.

이어 "송세라는 키는 다소 작은 편이지만 왼손잡이라는 강점이 있다"면서 "스스로도 작은 키를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후배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으려 했다. 신아람은 "충분히 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 경기력이지만 올림픽에서 '당연한 결과'는 없다"면서 "모든 경기가 어려울 것이기에 열심히 응원하며 지켜보겠다. 열심히 한 만큼 보상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