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에 끝난 첫 올림픽, 복싱 오연지 "파리에선 후회없이 다 쏟겠다"
[인터뷰] 도쿄 올림픽 허무한 탈락 후 두 번째 출전
"태극기에 걸맞은 자랑스러운 경기를 펼칠 것"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복싱의 간판' 오연지(34·울산광역시체육회)가 "한 경기만 뛰더라도 후회 없이 다 쏟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오연지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복싱 2차 세계 예선 여자 60㎏ 이하급 4강전에서 비타넨 빌마(핀란드)를 꺾고, 파리행 티켓을 땄다.
남자부가 전원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오연지는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첫 한국 복싱 선수가 됐다. 이후 54㎏ 이하급 임애지(25·화순군청)까지 티켓을 획득하면서 한국 복싱은 여자부에서만 2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나선다.
모든 선수에게 그렇듯 오연지에게도 이번 올림픽은 소중한 무대이자 간절히 기다려온 기회다.
오연지는 지난 2021년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 처음 올림픽에 출전했으나 16강 첫 경기에서 1-4로 판정패, 허무하게 대회를 마감했다.
이후 3년을 절치부심한 오연지는 한국 복싱의 침체기 속에서도 실력을 더욱 키워, 다시 올림픽에 도전장을 던진다.
오연지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도쿄 올림픽 때는 벅차고 설렌 마음으로 출전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끝났다는 생각에 지금은 아쉬움으로만 남아있다"면서 "그래서 이번 대회에선 설사 단 한 판을 하더라도, 내가 가진 것을 링 위에서 다 보여주고 내려오겠다는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파리 올림픽에 나서기까지 3년의 세월 동안 오연지는 더 성장했다. 오연지는 빠르고 정교한 스텝을 앞세워 다양한 기술을 두루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여기에 도쿄 올림픽에서의 '실패'를 경험한 후 여유라는 다른 무기까지 장착했다.
그는 "특별히 어떤 기술 1~2개가 확 좋아진 건 아니다. 대신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면서 "이제는 부담감 없이 여유 있게 임하다 보니 기술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다 올라온 느낌"이라며 웃었다.
이어 "이제는 경기가 안 풀리고 불리하더라도 계속 내가 하려는 것을 하려는 힘이 있다. 그 점이 3년 전과 가장 큰 차이"라고 스스로 분석했다.
오연지는 이와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이번 올림픽서 '위기의 한국 복싱'을 구할 영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선수단 규모가 적어진 한국 대표팀 전체에 '깜짝 메달'을 전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뒤따른다.
오연지는 "주변의 기대와 '복싱 간판'이라는 타이틀이 부담되지는 않는다. 대신 국가대표가 돼서 태극기를 달고 뛴다는 책임감과 뿌듯함은 있다"면서 "태극기에 걸맞은 자랑스러운 경기를 하겠다"고 결의에 찬 의지를 보였다.
오연지는 선수 생활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4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판정패로 탈락했고 이에 오연지의 코치진이 링으로 올라가 항의하다 6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2016 리우 올림픽 예선에서도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를 했지만, 판정패로 탈락, 올림픽 꿈을 다음으로 미뤘던 바 있다.
1990년생의 오연지에겐 이번 파리 올림픽이 그동안의 설움과 아쉬움을 씻을,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오연지는 "그래서 이번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다는 게 내게는 더 특별하고 영광"이라면서도 "다만 그것에 얽매이고 부담을 가지지는 않겠다. 오히려 이럴수록 마지막은 최선을 다해 즐기겠다는 편안한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밤에 에펠탑도 보고, 바게트도 사 먹어보고, 파리 올림픽과 파리라는 도시 자체도 즐길 계획"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도쿄 올림픽의 오연지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렸다면, 두 번째 올림픽을 앞둔 그는 마지막임에도 오히려 더 편안하고 밝았다.
그는 "스스로를 믿은 뒤 가진 것을 다 보여주고, 후회 없이 싸우는 게 나와 내 주변 사람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차분히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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