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기사 다 쓰러뜨려도 신진서에 열광하는 중국…"이창호 버금가는 인가"
대국 끝나면 팬들이 대국장 주변으로 모여
신진서 측 "환영하는 분위기 즐기고 있어"
-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 바둑의 자존심 신진서 9단이 중국 바둑계를 집어삼켰다. 실력으로 바둑 기사들을 모두 무너뜨린 것과 동시에 매력적인 바둑으로 중국 팬들의 인기도 독차지했다.
신진서 9단은 23일 상하이의 그랜드 호텔에서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최강전 본선 최종전에서 중국 바둑 1위 구쯔하오 9단을 249수만에 불계로 제압했다.
이로써 신진서 9단은 지난 1999년 이 대회가 창설된 뒤 최초로 '한 국가 올 킬'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신진서 9단은 지난해 2라운드 마지막 대국에서 7연승을 기록 중이던 셰얼하오 9단을 제압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중국의 내로라하는 기사들을 모두 쓰러뜨렸다.
신 9단은 상하이에서 펼쳐진 3라운드에서 자오천위 9단을 시작으로 중국 바둑의 간판 커제 9단까지 꺾었다. 이어 삼성화재배 우승자 딩하오 9단과 현재 중국 1인자 구쯔하오 9단까지 제압하면서 중국 바둑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셰얼하오 9단의 초반 7연승으로 모처럼 우승을 노렸던 중국 바둑은 신진서 9단 1명에게 당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 바둑 팬들은 신 9단의 바둑에 매료됐다.
이번 대회에서 신진서 9단의 대국이 끝날 때마다 많은 중국 팬이 몰려와 그에게 사인과 사진 요청을 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과거 이창호 9단에 버금가는 인기다. 이창호 9단이 최고의 실력을 자랑할 때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는데, 신 9단도 이에 못지않다"면서 "지난해 응씨배를 할 때도 신 9단의 인기가 중국 출신 셰커 9단보다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신진서 9단도 이런 분위기를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즐기면서 6연승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신 9단 측 관계자는 "많은 분이 보내주는 관심을 즐기고 있다. 한국에서 바둑 팬들은 조심스럽고 얌전하게 응원한다면 중국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준다"면서 "신진서 9단은 평소 이런 분위기를 부러워했고, 이번에 받는 관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바둑 팬들만 신진서 9단에게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바둑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회 주최 측인 농심도 미소를 짓고 있다. 대회 초반에는 한국이 고전해서 분위기가 안 좋았지만 대회 막판 신진서 9단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이번 대회도 많은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진서 9단은 상하이에서 하루 남아 휴식을 취한 뒤 24일 한국으로 이동, 한국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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