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가스포츠정책위, 민간위원 두고 체육계·정부 대립

체육계, 추천 인사 배제에 반발 "전면 재검토 요구"
문체부 반박 "민간위원 위촉은 정부의 고유권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원 위촉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우리나라 스포츠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이자 민관합동위원회로 개편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하자마자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열고 2028년까지 국민 일상 스포츠 참여율 70%, 스포츠 강국 주요 7개국 달성, 국내 스포츠 시장 105조원 돌파 등을 목표로 하는 스포츠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날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회의에 불참했는데, 대한체육회와 회원종목단체, 시도 체육회, 시군구 체육회 등 체육단체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 업무 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체육단체는 성명서에서 "체육인이 참여하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로 개편이라는 국정과제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체부가 체육단체와의 협의 없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독단적으로 구성해 민간위원 참여의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주장했다.

체육단체는 "원로회의 의결을 통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민간위원 후보자를 정부에 추천한 바 있으나 원천적으로 배제됐다"며 "이는 체육계 원로들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리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2.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는 이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면서 9명의 민간위원을 위촉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등 3명의 당연직 위원 외에 민간위원 6명은 민간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을 비롯해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이종각 전 체육과학연구원장, 박종훈 카톨릭관공대 스포츠건강관리학과 교수, 김석규 동국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 등이다.

체육단체는 "대한체육회와의 어떠한 후속 협의 없이 체육단체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하는 인사들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고 반발했다.

또한 체육단체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의 원만한 구성을 위해 대한체육회장과 문체부의 체육담당 고위 공무원 간 사전 합의를 거친 바가 있다며 협약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를 살펴보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민간 공동 위원장 선임과 민간위원 추천이 협약 내용과 다르게 진행됐다. 체육단체는 대한체육회장 또는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주에서 민간 공동위원장을 임명하고 민간위원 6명 중 3명을 대한체육회에서 추천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체부도 성명을 통해 "다른 정부위원회와의 체계적인 합리성·일관성을 고려하고 균형 있는 정책위원회 구성을 위해 대한체육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당연직 민간위원으로 추가하는 사항만 수용, 시행령 개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위원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한체육회를 포함 여러 경로로 전문가를 추천받았는데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최종적으로 대한체육회 추천 인사가 위촉되지는 못했다. 민간위원 위촉은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2.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스포츠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민간위원 6명은 국무총리가 위촉하며, 그중 1명을 대통령이 민간 공동위원장으로 지명한다.

스포츠정책위원회는 2021년 8월 제정된 스포츠기본법에 근거해 발족한 국무총리 산하 기구인데 위원 인선 문제로 뒤늦게 출범하게 됐다.

문체부와 민간위원 위촉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9월6일자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원 사임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 발표시 자신의 이름을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스포츠기본법 시행령에는 대한체육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당연직 민간위원으로 적시돼 있다.

문체부도 이 점을 짚으며 "대한체육회장은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서 사임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서명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원 사임서. (대한체육회 제공)

체육단체와 문체부는 별도의 독립 중앙행정기관 설립을 두고서도 대립했다.

먼저 체육단체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현재와 같이 체육단체의 의견을 배격한 채 위원회가 운영될 경우, 우리는 위원회 참여를 거부한다"며 "스포츠 업무를 전담하는 정부 조직이자 중앙행정기관인 '국가스포츠위원회'의 설립을 위한 법률 개정 활동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체부는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은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사안으로, 이는 정부 내에서의 신중한 논의와 국회 입법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며 "체육정책 관련 기능을 한 조직으로 모으는 것이 다양성과 자율성이 존중되는 사회의 변화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위원회 형태의 합의제 행정기관은 통상 규제 관련 업무를 관장한다는 점에서 정부조직의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