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전지희에 진 北, 수줍은 '손뼉치기'에 기념촬영도 함께[항저우AG]
사격·유도 등 한국 선수 악수·기념 촬영 거부했던 모습과 대비
북한 탁구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은 불참
- 서장원 기자, 권혁준 기자
(항저우(중국)·서울=뉴스1) 서장원 권혁준 기자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에서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의 남북 대결에서 패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결승에서의 패배로 아쉬움은 컸지만 이번 대회에서 나왔던 다른 북한 선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관심을 모았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2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복식 결승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게임 스코어 4-1(11-6 11-4 10-12 12-10 11-3)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감격에 겨운 신유빈와 전지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눴다. 이후 함께 경기한 북한 선수들에게 다가가 가볍게 손을 마주치며 인사했다. 북한 대표팀의 코칭스태프와도 인사를 나눴다.
이어진 시상식에서도 북한 선수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동메달을 차지한 일본, 인도, 은메달의 북한 선수들이 소개된 뒤 '금메달리스트'인 신유빈, 전지희는 가장 마지막에 호명됐다.
신유빈, 전지희는 곧바로 시상대에 올라가지 않고 단상을 돌아나와 동메달의 일본, 인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인도, 일본 선수들도 웃으며 손뼉을 마주쳤다.
그 다음으로 은메달을 딴 북한 선수들을 향해 다가갔다. 쾌활한 성격의 신유빈도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었는데, 이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잠시 멈칫하던 북한 선수들도 슬쩍 손을 내밀어 마주쳤고, 두 선수 모두 신유빈, 전지희와 손을 마주쳤다.
'하이파이브'라기보다는 손바닥을 마주친 것에 가까웠지만 북한 선수들이 이 정도 호응을 해준 것만으로도 놀라운 풍경이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단은 한국 선수단, 취재진 등에게 유독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유도 남자 73㎏이하 급에 출전한 강헌철(용인시청)은 북한 김철광과의 '남북 대결'에서 패한 뒤 손을 내밀었는데, 김철광은 이를 거절했다.
사격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한국 남자 대표팀이 러닝 타깃 단체전에서 금메달, 북한이 은메달을 차지했는데, 이어진 시상식에서 북한 대표팀은 1위 단상에 올라 함께 기념 촬영을 찍기를 거부했다. 한국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을 것을 권했지만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그랬던 북한이었기 때문에 이날 탁구 대표팀의 차수영, 박수경이 보여준 수줍은 '하이파이브'는 이전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기념 촬영에서도 이전과는 달랐다. 메달리스트들이 모두 금메달 시상대 위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상황. 전지희가 북한 선수들을 부르며 손짓했고 이들은 시상대에 올라왔다. 비록 표정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지만 획득한 은메달을 들어보이며 나름의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 선수들과 한 자리에서 기자회견까지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듯 했다.
북한 선수들은 시상식이 끝난 뒤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엔 불참했다. 이들은 준결승전을 마친 뒤 '남북전'에 임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긴 다음에 말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말 없이 경기장을 떠났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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