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때문에 선수생활 위기'…탄탄대로 걷던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추락

대표팀 강화 훈련 도중 음주운전 사고
김민석 1년6개월 자격 정지 징계

진천선수촌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석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스포츠공정위원회(징계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2.8.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대한빙상경기연맹이 합숙 훈련 중 음주운전을 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간판 김민석(성남시청) 등 4명의 선수에 대해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값진 첫 메달을 안기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김민석은 약 6개월 만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명예를 잃고, 선수 생활의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연맹 회의실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하고 김민석에 대해 "음주운전 및 음주소란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체육인의 품위 훼손했다"며 자격 정지 1년6개월 징계를 내렸다.

김민석과 함께 술을 마시고 차량에 탑승한 정재원(의정부시청), 정재웅(성남시청), 정선교(스포츠토토)도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정재웅은 1년, 정선교는 6개월, 정재원은 2개월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강화 훈련 기간이던 지난달 22일 충북 진천선수촌 인근에서 함께 식사와 음주를 했다.

이들은 음주 상태에서 차량을 몰고 선수촌에 입촌했고, 정재원을 제외한 3명은 웰컴센터에서 열린 쇼트트랙 대표팀 박지윤(의정부시청)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후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선수촌 내 도로 보도블록 경계석과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결국 이 사고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선수촌에서 퇴촌된 이들은 이번 자격 정지 징계로 선수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포상 실적 등을 고려해 양형된 부분이 있으나 1년6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김민석은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아졌다.

김성철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장은 "선수의 장래를 보호하기 위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일은 없다"면서 "1년6개월 자격 정지는 운동 선수에게 치명적 징계"라고 강조했다.

징계를 받은 4명 중에서 아무래도 더욱 눈길이 쏠리는 선수는 가장 징계 수위가 높은 김민석이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 중국의 견제를 뚫고 첫 메달을 목에 걸어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김민석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간 쌓은 명예를 스스로 실추했고, 향후 선수 생활의 전망도 어두워졌다.

김민석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1500m에서 동메달,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베이징 올림픽 1500m에서 또 한 번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빙속의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 5월 사상 최초로 열린 스케이팅 올스타전에 참석하며 인기를 실감했던 김민석은 지난 6월 열린 성적 우수 포상 수여식에서 2021-22시즌 스피드스케이팅 최우수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둥이 된 김민석은 술 때문에 창창한 미래를 망쳤다.

대표팀 강화 훈련 중 음주를 한 것으로도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김민석은 이후 선수촌 내에서 직접 운전대를 몰아 보도블록 경계석에 충돌하는 사고까지 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현역 국가대표 선수가 선수촌 내에서 음주운전을 한 사실에 심각한 기강해이 문제가 불거졌다.

'빙속 형제' 정재웅(왼쪽)과 정재원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내 음주운전 사고 관련 스포츠공정위원회(징계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징계 수위가 가장 낮은 정재원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당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동료들을 왜 막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그날 술에 취해 있어서 말리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인사불성 상태였다고 실토했다.

17세의 나이로 나선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 김민석과 함께 팀 추월 은메달을 땄던 정재원은 어린 소년 같은 이미지로 '뽀시래기'라는 별명을 얻어 많은 인기를 누렸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한층 성장한 기량을 선보이며 매스 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1세의 어린 나이에 올림픽 2회 출전, 은메달 2개 획득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정재원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대회에서 명실상부 에이스의 이름을 휘날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번 음주 사태로 인해 징계를 받으면서 성실하고 모범적 이미지에 흠집이 났고, 팬들도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자격 정지 기간이 2개월뿐이지만 기량 향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