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전주 떠나 챔피언 등극…27년 만에 '부산 팀' 우승 쾌거
정규리그 5위 팀 최초로 챔프전 우승
전주와 갈등 끝 연고지 이전, 한 시즌 만에 정상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올 시즌을 앞두고 전주와 22년 동행을 끝낸 부산 KCC가 터전을 옮기자마자 우승 갈증을 씻었다. 나아가 부산 연고 프로스포츠팀으로는 27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전창진 감독이 이끄는 KCC는 5일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수원 KT를 88-7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거둔 KCC는 올 시즌 프로농구 최강팀이 됐다.
2010-11시즌 이후 13시즌 만에 통산 6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둔 KCC는 최다 우승팀 울산 현대모비스(7회)를 바짝 따라붙었다.
KCC는 정규리그 5위 팀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팀으로 역사를 새로 썼다.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KCC는 기대와 달리 주축 선수의 부상과 조직력 문제로 중위권을 맴돌았다. 결국 30승24패를 기록,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41승13패)에 11경기 차나 뒤진 5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KCC는 플레이오프 들어 '원 팀'으로 확 달라졌다. 허웅, 최준용, 라건아, 송교창, 알리제 드숀 존슨 등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난 데다 이타적이고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SK에 3승, 4강 플레이오프에서 DB에 3승1패를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KT를 4승1패로 꺾고 기어코 우승 축포를 쐈다.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긴 지 한 시즌 만에 이뤄낸 쾌거다. KCC는 지난해 8월 KBL 이사회를 통해 연고지 이전 승인을 받았다.
2001년 5월 대전 현대 걸리버스를 인수, 연고지를 대전에서 전주로 옮긴 KCC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전주체육관의 노후화 등 환경이 열악했고 체육관 신축 사업도 지지부진했다. 전북대가 국책 사업을 위해 2025년까지 전주체육관 철거를 결정하면서 떠돌이 신세까지 될 처지에 놓인 KCC가 '안방'을 옮겼다.
부산 간판을 단 KCC는 곧바로 실력과 인기를 모두 갖춘 최고의 팀이 됐다.
KCC의 홈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특히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펼쳐진 챔피언결정전 3·4차전에는 각각 1만496명, 1만1217명을 기록, 이번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연달아 경신했다.
프로농구 경기에 1만 명 이상의 관중이 집계된 것도 무려 12년 만의 일이었다. 최고의 인기 구단인 KCC와 국내 프로농구 최대 수용 규모를 갖춘 사직체육관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었다.
KCC의 우승은 부산 프로스포츠의 경사이기도 하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스포츠팀이 우승한 것은 무려 27년 만이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현 현대모비스)가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또한 그해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부산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후 우승에 도전한 수많은 부산 연고 팀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터줏대감'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우승과 거리가 멀었는데, 가장 늦게 '부산의 새 식구'가 된 KCC가 큰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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