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도 감탄한 허훈의 투혼…"이길 수만 있다면 180분도 뛰겠다"
프로농구 챔프전 2차전서 KT 승리 견인
"화가 났던 1차전, 2차전은 절실하게 뛰었다"
- 이상철 기자
(수원=뉴스1) 이상철 기자 = 적장도 극찬을 쏟아낼 정도로 허훈(수원 KT)은 교체 없이 40분 동안 코트를 뛰어다녔다. 6강 플레이오프와 4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치르는 강행군으로 체력적으로 힘들 법도 한데 그는 강한 정신력으로 버텼다.
허훈이 투혼을 발휘하며 대단한 활약을 펼 수 있던 원동력은 '자존심'이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고 완패한 충격에 그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하는 KT는 29일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2차전에서 12점 차를 뒤집고 부산 KCC를 101-97로 제압했다.
1차전에서 73-90으로 졌던 KT는 2차전 승리로 시리즈 전적 1승1패를 만들었다. 3·4차전을 치르기 위해 부산으로 향하는 KT 선수단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KT로선 의미가 큰 승리였다. 2차전마저 패할 경우, 흐름을 KCC에 완전히 넘겨줘 시리즈가 조기에 끝날 수도 있었다. 1차전 패배로 인해 KT의 분위기도 썩 밝지 않았지만, 2차전 승리로 반등에 성공했다.
KT 승리의 주역은 허훈과 외국인 선수 패리스 배스였다.
전반에 무득점으로 묶인 배스는 후반 들어 36점을 몰아넣으며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허훈의 공은 더더욱 컸다. KCC가 초반부터 맹렬한 공세를 퍼부었을 때 KT가 와르르 무너지지 않은 것은 허훈 덕분이었다. 허훈은 전반에만 18점을 책임지며 공격을 주도했다. 특히 교체 없이 풀타임을 소화하며 'KT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기 후 허훈은 "1차전을 지고 나서 팀 분위기가 안 좋았다. 다행히 2차전에서는 선수들이 잘해줘서 이겼다. 기분이 좋다. 하지만 한 경기를 이겼다고 너무 좋아해도 안 된다. 뭔가 부족한지 분석하고, 다음 3차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영진 KT 감독이 총력전을 예고한 대로 주축 선수들의 출전 시간 비중이 늘었다. 이는 전창진 KCC 감독도 예상한 부분이고, 그에 대비도 해뒀다. 하지만 허훈은 KCC의 수비를 무너뜨리고 KT 공격의 혈을 뚫었다. 게다가 풀타임을 소화하며 투혼까지 발휘했다.
상대 팀 사령탑도 감탄을 쏟아냈다. 전창진 감독은 "허훈은 정말 대단한 선수다. 그런 정신력을 갖고 뛰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허훈은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다. 우리가 어려운 상황 속에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KCC보다 더더욱 힘들다. 결국 정신력 싸움이다. 이길 수만 있다면 180분도 뛸 수 있다"고 말했다.
허훈을 자극한 것은 '1차전의 허훈'이었다. 당시 그는 22분59초를 뛰며 12점 4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필드골 성공률이 36%에 그쳤다.
1차전 패배로 독을 품은 허훈은 단단히 벼르며 2차전을 준비했다. 그는 "1차전에서 패한 뒤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보여준 게 하나도 없었다. 경기를 안 하고 진 기분이었다. 우리가 이런 팀이 아닌데 너무 화가 났고 답답했다"며 "2차전까지 패하면 우승 확률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 모든 걸 걸고 더욱 절실하게 임했다. 죽기 살기로 뛰었다. 계속 이런 마음가짐으로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허웅(KCC)-허훈 형제의 대결로도 관심을 끈다. 허웅은 2차전에서 16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분투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허훈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이런 즐겁고 행복한 경기를 뛴다는 것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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