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박지수도 '우리은행 천하' 막지 못했다…"더 단단해져 돌아오겠다"

지난해 공황장애로 고생하다 올 시즌 복귀
챔프전 11경기 연속 더블더블 등 기록 빛 바래

30일 오후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아산 우리은행과 청주 KB스타즈의 경기에서 우리은행 김단비와 이명관이 KB 박지수의 공을 뺏고 있다. 2024.3.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여자 프로농구 청주 KB의 에이스 박지수(26)도 아산 우리은행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압도적인 기량을 바탕으로 자신의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렸으나 조직력으로 무장한 상대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KB는 30일 충남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4차전에서 우리은행에 72-78로 졌다.

정규시즌을 27승3패로 마친 KB는 2021-22시즌 이후 2년 만에 통합 우승을 노렸지만,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많은 선수가 있지만 KB에서 기둥 역할을 했던 센터 박지수의 아쉬움이 가장 컸다.

박지수는 2016년 KB 우승 이후 2차례(2018-19, 2021-22시즌)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전열에서 이탈했다. 박지수의 부재로 KB는 2022-23시즌 5위로 추락했다.

건강을 회복한 이번 시즌은 달랐다. 정규시즌 압도적인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1~5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다. 지난 1월 열린 WKBL 올스타전에서도 MVP를 차지했다. 남은 목표는 챔프전 우승뿐이었다.

박지수는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자신을 향한 견제가 부담스럽지 않냐"는 물음에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정규시즌 때 하던 대로만 하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지수는 부천 하나원큐와 4강 플레이오프부터 맹위를 떨쳤다. 평균 33분28초 동안 19.7점 16.3리바운드 3.3어시스트에 1.3개의 블록슛으로 팀을 챔프전으로 이끌었다.

30일 오후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아산 우리은행과 청주 KB스타즈의 경기에서 KB 박지수가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2024.3.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챔프전 활약도 대단했다. 4경기 평균 35분59초를 소화하며 24점 17.3리바운드 2어시스트 1.3블록슛으로 활약했다.

2차전에서는 챔프전 역대 최초의 30-20(37점 20리바운드)이라는 괴력을 발휘했고, 챔프전 11경기 연속 더블더블 행진도 이어갔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해지는 상대의 집중 견제에 박지수도 지쳐갔다. 3차전부터는 심판의 반칙 콜이 나오지 않을 때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박지수는 4차전 남은 힘을 짜내 끝까지 상대와 맞섰으나 위성우 감독의 조련 아래 체계적인 조직력을 갖춘 우리은행을 이기지 못하며 결국 트로피를 내줘야 했다.

경기 후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이내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박지수는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다리가 떨어지지 않아 40분이라는 경기 시간이 그저 힘들고 길게만 느껴졌고 참 많이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며 "팬들의 응원에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나의 부족함을 반성하며 더욱 단단해져서 돌아오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