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0대뉴스 上] 뜨거웠던 파리올림픽 그리고 김예지와 안세영

머스크도 반한 김예지, 체육계 경종 울린 안세영
1000만 관중 프로야구… KIA, 김도영 앞세워 V12

편집자주 ...2024년 스포츠계는 다사다난 그 자체였다.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예상을 깨고 금메달 13개와 함께 종합 8위에 오르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사격 김예지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로 떠올랐고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은 금메달 획득 후 협회 부조리를 폭로하는 작심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국내 최고인기 스포츠 프로야구는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달성했고, KIA 타이거즈는 슈퍼스타 김도영을 앞세워 1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축구계는 홍역을 앓았다. 아시안컵 4강 탈락, 올림픽 본선 좌절, 클린스만 감독 경질,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퇴진 압박에도 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까지. 1년 내내 많은 뉴스가 쏟아진 2024년 스포츠계를 되돌아본다.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임시현, 남수현, 전훈영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4.7.2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역대급 대회가 된 파리 올림픽…금 13개·종합 8위

(서울=뉴스1) 이상철 이재상 문대현 서장원 기자 = 프랑스 파리에서 100년 만에 열린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총 32개의 메달(금 13·은 9·동 10)을 획득하며 종합순위 8위에 올랐다.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21개 종목에 선수 144명이 참가하는 등 1976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소 규모 선수단이라 금메달 5~6개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이 많았는데 오히려 역대급 성과를 거뒀다.

금메달 13개는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와 함께 역대 최고다. 전체 메달도 개최국 이점을 안고 지금껏 가장 많은 메달을 수확한 1988 서울(금 12·은 10·동 11)의 33개보다 딱 하나 부족했다.

놀라운 결실을 이룬 데는 '총·칼·활'의 힘이 컸다. 자타공인 '최강' 양궁은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 단체전 등 5개 종목을 싹쓸이하며 금빛 행진을 이끌었고, 펜싱도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든든한 효자 종목의 위상을 떨쳤다. 여기에 세대교체에 성공한 사격 역시 역대 최다인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를 명중시켰다.

금메달 2개를 딴 태권도는 3년 전 도쿄 대회 노골드의 부진을 씻고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배드민턴 안세영은 여자 단식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명실상부 셔틀콕 여제로 등극했다.

의미 있는 기록도 작성됐다. 여고생 사수 반효진은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우승을 차지, 한국 선수단 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이자 최연소 금메달리스트(16세 313일)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대회 3관왕에 오른 양궁 김우진은 통산 올림픽 금메달을 5개로 늘려 역대 한국인 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펜싱 오상욱은 사브르 개인전 첫 금메달과 단체전 3연패를 일궜다. 탁구 신유빈과 수영 김우민, 복싱 임애지 등은 각 종목의 끊겼던 메달 맥을 뚫어냈다.

25m 권총에 출전하는 사격 대표팀 김예지가 27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제33회 파리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훈련에 앞서 자세를 취해보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머스크도 반한 김예지…명품 모델에 올해 인물까지

일론 머스크도 반한 여자 사격의 김예지(32)는 파리 올림픽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그는 대회 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약 세계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김예지는 파리 올림픽 사격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당당한 사격 포즈와 시크한 표정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이때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의 소유주인 '셀럽' 머스크가 김예지의 경기 영상을 SNS에 올리며 "따로 연기할 필요 없다. 액션 영화에 캐스팅하자"고 댓글을 남기며 폭발했다.

미국 매체 CNN은 김예지를 "모두가 사랑에 빠진, 영화 주인공과도 같은 저격수"라고 소개했고 NBC는 그를 파리 올림픽을 빛낸 스타 10인에 꼽았다.

대회를 마친 뒤에도 그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과 발렌시아가의 모델로 화보 촬영을 했고, 국내 최초로 테슬라코리아의 앰배서더(홍보모델)에 위촉되기도 했다.

나아가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의 멋진 인물 63명'에 뽑히는 등 화제를 모았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안세영은 금메달 획득 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조리를 지적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2024.8.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대한민국 체육계 경종 울린 안세영의 작심 발언

안세영(22·삼성생명)은 2024년 배드민턴계를 넘어 한국 스포츠계를 뜨겁게 달군 인물이다. 8월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대표팀에서 당한 부조리를 폭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안세영은 대표팀의 부상 관리 문제, 훈련과 운영 방식,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국가대표 개인 후원과 신인선수 연봉 관련 규정 등을 두루 지적했다.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을 딴 자체만으로도 이슈인데 정점에서 폭탄 발언을 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사무 검사를 실시했고, 대표팀 운영 개선 요구와 함께 김택규 현 회장의 후원 물품 횡령·배임 의혹까지 밝혔다.

안세영의 폭로에서 나온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런데 정작 화두를 던진 당사자 안세영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28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7대5로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 이범호 감독이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KS 불패 KIA, 슈퍼스타 김도영 앞세워 'V12' 달성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슈퍼스타' 김도영을 앞세워 통산 12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IA는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4승1패로 제치고 2017년 이후 7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KIA는 12차례 진출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모두 승리하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KS 불패다.

KIA는 2024시즌을 앞두고 김종국 전 감독이 비위 사건에 연루되는 악재를 겪었으나 1981년생 이범호 타격코치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유일한 80년대생 사령탑인 이범호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의리, 제임스 네일 등 주축 투수들의 부상 이탈에도 초보답지 않은 노련한 지도력으로 KIA의 정규시즌 1위를 견인했다. 이 감독은 2005년 선동열, 2011년 류중일 감독(이상 삼성)에 이어 통산 3번째로 취임 첫 해 통합 우승을 기록한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프로야구는 KIA 내야수 김도영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정규시즌에서 타율 0.347 189안타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OPS(장타율+출루율) 1.067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는 역대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최연소 30홈런-30도루 등 각 종 기록도 세웠다.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김도영은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도영아 니땀시 살어야(도영아 너 때문에 산다)'는 응원 문구가 유행어로 떠올랐다. '도니살'은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최고 화제의 단어가 됐다.

당연히 많은 트로피도 손에 넣었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포함해 선수들이 직접 뽑은 리얼 글러브 어워드 올해의 선수상, 은퇴선수협회 최고의 선수상, 일구회 최고 타자상 등 많은 트로피를 들었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는 골든글러브 3루수에서도 97.2%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주인공이 됐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만원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한편, 출범 43번째 시즌을 맞은 KBO리그는 지난 2017년 달성했던 역대 최다 관중(840만688명)을 뛰어 넘으며 꿈의 1000만 관중에 도전한다. 2024.8.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1000만 관중시대 연 프로야구…국제 경쟁력은 글쎄

2024년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시대를 열며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KBO리그는 2024년 정규시즌 720경기에서 역대 최다인 1088만 7705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종전 최다 관중 기록이었던 2017시즌 840만 688명보다 240만 명이 증가했다.

프로야구는 출범 첫 해 240경기에서 143만 8768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1983년 처음 200만 관중을 넘겼고, 1990년에는 빙그레(한화 전신)를 포함한 7개 구단 체제로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이후 1993년 400만, 1995년 500만명을 차례로 넘겼다.

2000년대 초반 인기가 주춤했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국제 대회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다시 반등했다.

10개 구단 체제인 2016년 720경기에서 8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상승세 중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잘 극복하고 마침내 10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올해는 세계 최초 로봇 심판(ABS) 도입, 류현진(한화) KBO리그 복귀, 야구 관련 숏폼 개방 등 야구팬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소가 많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한 2030 여성 팬들도 흥행을 견인했다.

그러나 한국 야구는 1000만 관중 동원의 열기를 국제 대회로 이어가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했지만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았다. 대만과 일본에 패한 한국은 3위(3승 2패)에 그쳐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세계 1위 일본과 격차는 여전했고,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전 패배는 한국 야구의 떨어진 국제 경쟁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만은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