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피' 마무리 김재윤 "라팍 함성에 전율…승환 선배 조언에 힘"
삼성 이적 첫해, 25홀드 11세이브 ERA 4.09
"올해 내 점수 30점, 내년에는 상 받고 싶다"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반전'에 성공한 팀이다. 2024시즌 전 약체로 분류되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적절한 신구 조화로 정규리그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삼성이 달라질 수 있던 힘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하나는 뒷문이 두꺼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리그에서 역전패(38회)가 가장 많았던 삼성은 올 시즌 31회로 크게 줄었다.
그 중심에는 마무리 김재윤(34)이 있다. 김재윤은 올 시즌 65경기에서 66이닝을 던져 4승8패 25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4.09로 기여했다.
전반기 도중 부침도 있었으나, 확실한 마무리가 없어 고민이던 삼성에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김재윤의 자기 평가는 박했다.
김재윤은 최근 뉴스1과 통화에서 "올해 내 점수는 30점밖에 안 된다. 주위의 기대가 많았는데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팀을 옮기고 적응하는 과정이 있었고, 초반에 중간 계투로 자주 나가면서 힘에 부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윤은 좋을 때나 나쁠 때 모두 덤덤하게 결과를 수용하는 강한 멘털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전반기에는 의기소침한 날이 많았다.
그는 "사실 모두가 나를 욕하는 것 같았다. 힘들었다"며 "다행히 팀 성적이 좋았고, 후반기 나도 조금은 기여했지만 대체로 힘든 시즌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김재윤이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이었다.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는 관중의 함성에 힘을 냈다. 서서히 몸에 '푸른 피'가 스며들었다.
김재윤은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없던 힘도 생기더라. 마운드에서 관중석을 보면 나도 모르게 흥분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김재윤은 KT에서 뛰면서 한국시리즈를 자주 경험했다. 2021년 KT의 통합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큰 경기 경험이 많았지만 삼성 유니폼을 입고 KIA를 만난 이번은 남달랐다. 두 팀은 3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야구계 전체가 들썩였다.
김재윤은 3차전 당시 4-2로 앞설 때 9회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박찬호를 3루 땅볼로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당시를 회상한 김재윤은 "앞서 2경기를 지고 와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는데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며 주자를 쌓았다"며 "초구에 박찬호 선수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을 때 정말 철렁했는데 다행히 파울이 되더라. 이후 (김)영웅이가 3루 땅볼 타구를 몸으로 막아줘서 정말 고마웠다. 영웅이에게도 '고맙다'고 했다"고 웃었다.
삼성의 내년 전망도 어둡지 않다. 특히 수준급 선발투수 최원태와 아리엘 후라도를 영입해 기대감이 있다.
김재윤은 내년에도 마무리로 뛸 가능성이 크다. 베테랑 오승환의 보직이 관건이지만, 최근 모습으로는 김재윤이 뒷문을 맡을 공산이 높다.
그러나 김재윤은 "(오)승환선배와 또 경쟁하지 않을까 싶다. 후반기 약간의 부침이 있으셨지만, 우리들끼리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최근 투수조 회식이 있었는데 승환선배가 '수고했다'는 등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투피치 투수인 김재윤은 단조로운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준히 변화구를 연마하고 있다. 변화구 각이 더 예리해지면 팀과 개인 모두 더 성장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
김재윤은 "우리 팀 불펜진을 향해 '고령화'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지만, 젊은 투수들도 성장하는 중이라 기대가 된다. 나 역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프로 생활을 10년 했지만, 아직 시상식을 가보지 못했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성과를 내서 상도 받아보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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