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투에 멀티이닝까지…LG 승리 지킨 '필승조' 에르난데스[준PO2]

1차전 2이닝 27구 이어 2차전 1⅔이닝 38구 역투
3선발 '극약처방' 대신 뒷문 단단…승부는 원점으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에르난데스가 6회초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2024.10.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오늘도 2이닝까지 가능하다."

경기 전 만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외국인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의 등판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원래 보직이 선발투수인 데다, 전날 열린 1차전에서도 불펜으로 2이닝을 소화했음에도 밀어붙였다.

그만큼 승리가 절실했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결국 선수가 받쳐주지 못하면 감독의 용병술은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사령탑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며 팀의 뒷문을 완벽히 걸어 잠갔다.

LG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7-2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1차전 패배를 설욕한 LG는 1승1패 균형을 맞췄다.

LG는 초반 0-2로 끌려갔으나 3회 기동력 야구로 동점을 만든 뒤 4회엔 박동원, 문성주의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 리드를 지키는 게 최대 관건이었다.

임찬규가 5회까지 버텨준 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강백호를 잡아냈다. 그러나 대타 천성호에겐 9구 접전 끝에 안타를 맞았고 LG 벤치는 교체를 결정했다.

여기서 두 번째 투수로 에르난데스를 선택했다. 에르난데스는 전날 열린 1차전에서 팀이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등판,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투구 수는 27구였다.

멀티 이닝에 투구 수까지 적지 않았기에 연투는 쉽지 않아 보였지만, LG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불펜진이 상대적으로 약하기에 구위로 확실히 막아줄 투수가 필요했다.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2사 1,2루 상황 LG 에르난데스가 KT 강백호 타석때 2루수 땅볼로 1루주자 로하스를 포스아웃으로 잡아내고 박수 치고 있다. 2024.10.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1사 1루에서 등판한 에르난데스는 첫 타자 김상수를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했지만, 공이 라이트에 들어가며 홍창기가 잡지 못했다. 뜬공이 안타로 둔갑하며 1사 1,2루 위기가 됐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다음 타자 배정대를 직구로 윽박지른 뒤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 처리했고, 황재균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LG가 기대하던 바로 그 모습이 나왔다.

LG가 6회말 3점을 추가해 7-2까지 벌어졌지만, 7회에도 마운드엔 에르난데스가 있었다.

에르난데스는 앞선 이닝만큼 상대를 압도하진 못했다. 선두타자 심우준을 1루 파울플라이로 잡은 뒤 김민혁,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주자가 쌓였다.

그러나 실점은 없었다. 에르난데스는 장성우를 중견수 뜬공, 강백호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아웃카운트 5개를 잡으면서 던진 공은 38구. 연이틀 멀티 이닝을 소화하며 투구 수는 더 많아졌지만, 그래도 에르난데스는 자신의 몫을 100% 다했다.

염경엽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디트릭 엔스, 임찬규, 최원태의 '3선발' 체제를 가동하는 '극약처방'을 하며 에르난데스를 불펜으로 돌렸다. 뒷문이 약한 팀 사정상 구위가 강한 투수를 뒤로 뺀다는 구상이었다.

그리고 에르난데스는 단순 '불펜 전환'이 아닌, 연투에 멀티 이닝까지 너끈히 소화해 내며 팀의 뒷문을 막아주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염 감독의 '승부수'는 맞아 떨어졌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