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 말하는 프로…'감독 이승엽'의 두 번째 가을은 더 추웠다
지난해 5위서 탈락, 올해는 4위했으나 2연패
'18이닝 무득점'에 뿔난 두산팬 '이승엽 나가'
- 서장원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두 번째 가을 야구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첫해보다 더 씁쓸했다.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음에도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탈락했고, 팬들의 거센 야유와 함께 초라하게 퇴장했다.
두산은 3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KT 위즈에 0-1로 졌다. 1차전 0-4 패배에 이어 2차전마저 내준 두산은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 희생양이라는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 감독은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 정규 시즌 5위로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았으나 NC 다이노스에 9-14로 지면서 한 경기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절치부심한 이 감독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계단 높은 4위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한 뒤 가을 야구에 나섰다. 비기기만 해도 다음 시리즈에 진출하는 이점을 안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인 2연패 탈락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두산은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마운드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타선이 문제였다.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18이닝 연속 무득점 수모 속 무릎을 꿇었다. 힘겹게 만든 득점 기회도 주루사로 허무하게 날아갔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시즌을 여기서 마감한다는 게 마음 아프고 억울하다. 야구는 홈을 누가 더 많이 밟느냐로 승패가 갈리는데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패한 것 같다"며 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진심인지 실수인지 다 파악은 어려우나 '억울하다' 표현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경기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하고, 감독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경기장 안에서 이 감독을 향해 야유를 보내던 팬들은 야구장 밖에서도 진을 치고 '이승엽 나가!'를 외쳤다. 팬들의 퇴진 구호는 경기 종료 후 30분 넘게 이어졌다.
현역 시절 '국민 타자' '국민 영웅'으로 하늘을 날았던 선수였으나 감독 부임 두 시즌 만에 퇴진 구호를 듣는 처지가 됐다. 감독 이승엽의 두 번째 가을은 더욱 추웠다. 역시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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