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 말하는 프로…'감독 이승엽'의 두 번째 가을은 더 추웠다

지난해 5위서 탈락, 올해는 4위했으나 2연패
'18이닝 무득점'에 뿔난 두산팬 '이승엽 나가'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두산 이승엽 감독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2024.10.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두 번째 가을 야구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첫해보다 더 씁쓸했다.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음에도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탈락했고, 팬들의 거센 야유와 함께 초라하게 퇴장했다.

두산은 3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KT 위즈에 0-1로 졌다. 1차전 0-4 패배에 이어 2차전마저 내준 두산은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 희생양이라는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 감독은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 정규 시즌 5위로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았으나 NC 다이노스에 9-14로 지면서 한 경기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절치부심한 이 감독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계단 높은 4위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한 뒤 가을 야구에 나섰다. 비기기만 해도 다음 시리즈에 진출하는 이점을 안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인 2연패 탈락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두산은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마운드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타선이 문제였다.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18이닝 연속 무득점 수모 속 무릎을 꿇었다. 힘겹게 만든 득점 기회도 주루사로 허무하게 날아갔다.

KT 위즈가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두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가을야구를 마무리한 두산 양의지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4.10.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이 감독은 경기 후 "시즌을 여기서 마감한다는 게 마음 아프고 억울하다. 야구는 홈을 누가 더 많이 밟느냐로 승패가 갈리는데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패한 것 같다"며 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진심인지 실수인지 다 파악은 어려우나 '억울하다' 표현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경기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하고, 감독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경기장 안에서 이 감독을 향해 야유를 보내던 팬들은 야구장 밖에서도 진을 치고 '이승엽 나가!'를 외쳤다. 팬들의 퇴진 구호는 경기 종료 후 30분 넘게 이어졌다.

현역 시절 '국민 타자' '국민 영웅'으로 하늘을 날았던 선수였으나 감독 부임 두 시즌 만에 퇴진 구호를 듣는 처지가 됐다. 감독 이승엽의 두 번째 가을은 더욱 추웠다. 역시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superpow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