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이종범 떠오르네…KIA 김도영, 흐름 바꾸는 '게임 체인저'

후반기 첫주부터 맹위…타율 0.375 결승타 2번, 9득점
단타에 1루서 홈까지 질주, 기습 번트로 수비 교란까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KIA 김도영이 9회초 2사 1루에서 최형우의 안타 때 홈으로 쇄도해 세이프 되고 있다. 2024.7.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3년 차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의 강력함은 단순히 '숫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과 야구 센스, 탁월한 주루 플레이 등은 스탯이 아니라 그의 플레이를 직접 봐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점에선 '레전드' 이종범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 유격수를 보던 이종범은 탁월한 타격 능력뿐 아니라 주루와 수비 등 모든 부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지배했다. 아직은 부족한 수비만 제쳐놓고 본다면, 올 시즌의 김도영과 '그 시절 이종범'은 닮은 점이 많다.

전반기까지 최우수선수(MVP)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갔던 김도영은, 지난주 시작된 후반기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그는 6경기에서 0.375(24타수 9안타)의 타율을 기록했고 9득점에 4타점, 2도루 등을 기록했다.

물론 단순 숫자만 놓고 보면 주간 타율 5할이 넘는 강민호(삼성·0.588)나 박건우(NC·0.500), 같은 팀의 최원준(0.478)보다도 못 미친다 볼 수 있다. 하지만 김도영이 이들보다 더 빛났던 이유는 바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김도영은 지난주 2번의 결승타를 기록했다. 한 번은 9일 LG 트윈스전, 1회 1사 1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1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또 한 번은 주중 마지막 경기였던 14일 SSG 랜더스전이었다. 3-4로 뒤지던 KIA가 박찬호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는데, 김도영은 이번에도 좌익수 방면 2루타로 1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지난주 김도영의 장타는 2루타 3개였는데, 이 중 두 개가 결승타였다. 필요할 때 때려주는 장타는 그 무엇보다도 영양가가 높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KIA의 5회초 2사 1루 김도영이 안타를 치고 있다. 2024.7.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주루와 센스로 흐름을 바꾼 경기도 있었다.

10일 LG전의 김도영은 5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그럼에도 빛났다.

0-2로 뒤지던 KIA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힘을 냈고 최원준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붙었다. 이후 등장한 김도영은 내야 땅볼을 친 뒤 간신히 병살타를 면했다.

그리고 2사 1루에서 최형우의 안타가 나왔다. 이미 투구 동작과 함께 스타트를 끊은 김도영은 2루를 밟고 3루를 지나 홈까지 파고들었다.

LG 수비진이 홈 승부를 노려볼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압도적인 스피드였다. 최형우는 단타를 치고도 1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이 득점으로 승부는 연장으로 향했고, KIA는 역전승을 거뒀다.

11일 LG전에선 기습 번트로 수비진을 교란했다. 1회 무사 1,2루에서 기습적으로 번트를 시도했고 모든 주자가 살았다. 무사 만루 찬스를 잡은 KIA는 1회에만 3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KIA의 1회초 무사 1,2루 상황때 김도영이 투수 왼쪽 앞 번트안타를 치고 있다. 2024.7.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LG 입장에선 리그 홈런 2위의 선수를 상대로 전진 수비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넋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지난주 KIA는 4승(2패)을 거뒀다. 그리고 김도영은 2번의 결승타와 2번의 흐름을 바꾼 플레이로 팀 승리에 모두 기여한 셈이었다.

김도영은 올 시즌 현재 득점(87)과 장타율(0.613) 외에는 리그 1위의 지표가 없다. 그럼에도 그가 'MVP 1순위'로 꼽히는 것은, 모든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른 성적뿐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기 때문일 터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