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딛고 재기' 삼성 김헌곤의 소박한 꿈…"아프지 않고 완주만 했으면"
2011년 삼성 입단 후 원클럽맨, 부진 딛고 3할 타율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수와 싸움에 집중"
- 문대현 기자
(대구=뉴스1) 문대현 기자 = 한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냈던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외야수 김헌곤(36)이 2024시즌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생각을 비우자 좋은 결과가 잇따르는 중이다.
김헌곤은 영남대를 졸업하고 2011년 삼성에 입단했다. 상무 시절을 제외하고는 늘 한 팀에서만 뛰었던 원클럽맨이다.
프로 초기 평균 이상의 주력과 공을 맞힐 수 있는 콘택트 능력을 함께 보유해 가능성이 있는 선수로 평가됐다.
그는 2017~2019년에는 세 시즌 연속 확고한 주전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2021년에도 118경기 타율 0.281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2022년과 2023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2022년에는 43타석 연속 무안타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고, 2023년에는 1군 6경기 출전에 그쳤다.
일각에선 김헌곤의 방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 구단 역시 김헌곤의 거취에 대해 고심이 컸는데, 1년을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면서 김헌곤의 14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최근 2년간 보여준 것이 적었던 김헌곤에 대한 기대감은 적었다. 김헌곤 자신도 큰 욕심 없이 경기에 임했다. 그런데 반전이 발생했다.
극적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뒤 꾸준히 1군 경기에 나섰고 타율 3할을 상회하며 베테랑의 존재감을 뽐냈다. 간간이 팀을 위기에서 살리는 결정적인 활약도 했다.
지난 시즌까지 김헌곤을 외면했던 팬들도 다시 그를 주목했다. '대헌곤'이라는 근사한 수식어를 붙여주기도 했다.
2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김헌곤은 "그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하루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김헌곤은 "예전에는 스스로 나를 억눌렀다. 타석에서 공을 친 뒤 상대 수비수가 캐치하는 것을 보고도 많은 생각에 빠졌는데, 지금 생각하면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며 "지금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그저 투수와의 싸움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헌곤에게 큰 힘이 된 존재는 2007년 삼성에 입단한 좌완투수 백정현(37)이다. 김헌곤은 "힘들 때면 (백)정현이형을 찾아가 내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는데 늘 좋은 말을 해주셨다. 정말 큰 힘이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힘든 시기가 길었던 김헌곤은 2군에서 고생하고 1군에 올라온 선수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려고 한다.
지난해까지 2군에서 허덕이다 올 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붙박이 1군 선수가 된 외야수 이성규(31)도 그 중 한명이다.
김헌곤은 "특별히 내가 뭘 하는 것은 없다. 그저 어려움을 겪었던 후배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뿐"이라며 "(이)성규가 요즘 타석에서 자신감을 찾은 모습을 보면서 정말 기뻤다"고 애정을 표했다.
반전 스토리를 쓰고 있는 김헌곤이지만 큰 욕심은 없다. 개인의 영광 대신 팀의 승리만을 바랄 뿐이다.
김헌곤은 "올해 야구를 못 할 뻔했다가 다시 하게 됐다. 기회를 준 팀에게 감사하다. 이제 내가 팀을 위해 도움이 돼야 한다"며 "남은 시즌 끝까지 아프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소박한 꿈을 전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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