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약한 투수진, 박진만 감독의 주문…"이승현처럼 공격적으로"

코너-레예스-원태인 등 안방 대구서 약한 모습
"작은 구장 의식해 장타 피하려다 투구 수 늘어나"

2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초 1사 1,2루 상황 마운드에 오른 삼성 좌완 이승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3.5.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문대현 기자 =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짜임새 있는 경기력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26승1무20패(0.565)로 공동 2위다. 이제 시즌의 ⅓이 지났을 뿐이지만 투타의 전력이 좋아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체 승률은 높지만 유독 홈(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승률이 낮아 박진만 감독의 고민이 크다.

삼성은 올 시즌 원정 경기에서 17승1무7패(승률 0.708)로 매우 강한 모습이지만 홈 경기에서는 9승13패(0.409)로 낮다.

21일 열린 KT 위즈전에서는 1-5로 밀리던 8회 5-5까지 쫓아갔으나 연장 11회 믿었던 김재윤이 3실점(1자책) 하면서 5-8로 졌다.

삼성이 홈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선발 투수들이 안방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 데니 레예스는 원정에서 평균자책점 2.97로 강했으나 홈에서는 평균자책점 5.48로 약했다. 코너 시볼드 역시 원정(3.16)보다 홈(6.43) 평균자책점이 높다.

2019년 삼성에 입단, '푸른 피의 에이스'로 성장한 원태인조차 적지에서는 평균자책점이 1.50으로 낮지만 홈에서는 3.80으로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집 밖에서는 에이스에 걸맞 성적을 내고 있는데 이상하게 집에만 오면 평범한 투수가 되는 셈이다.

구단에서도 이에 대한 뚜렷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외인 투수 코너와 레예스가 라이온스파크의 마운드가 불편하다는 신호를 내기도 했으나 이는 다른 투수들도 모두 동일한 조건이라 환경 탓을 하기는 힘들다.

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초 삼성 선발 원태인이 국민의례를 마친 뒤 모자를 쓰고 있다. 2024.5.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박 감독은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에서 투수들이 위축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라이온즈파크의 외야 펜스 거리는 좌우 99.5m와 중앙 122.5m이고, 높이는 3.2m로 크지 않아 홈런이 나오기 쉬운 구조다.

타 구장에서는 외야 플라이로 잡힐 만한 타구들이 홈런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선발 투수들이 상대 타자와 승부를 해야 할 시점에 도망가는 피칭을 해 실점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박 감독은 홈에서의 선발진 부진에 대해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홈구장에서 타자들과 상대할 때 다소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구 수가 많아졌다"며 "홈에서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피칭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소 아쉬운 기색을 보이던 박 감독은 올 시즌 선발로 전향한 이승현(좌완)의 이름이 거론되자 반색했다.

5경기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2.08로 순항 중인 이승현은 4차례 홈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29로 짠물 피칭을 펼쳤다. 21이닝 동안 홈런은 1개 밖에 맞지 않았다.

박 감독은 "이승현은 타자들과 승부를 피하지 않고 빠르게 대결한다. 그러니까 오히려 홈에서 잘 던진다"며 "다른 투수들도 이승현의 이런 모습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최근 2연패 중인 삼성은 이날 홈에서 KT를 상대한다. 선발 투수는 코너다.

앞서 홈 4경기에서 1승2패로 부진했던 코너가 이날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에 따라 삼성의 연패가 끊기거나 이어질 전망이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