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KIA 불펜의 '질', 선봉엔 마무리 정해영…구속도 자신감도 'UP'
지난해 구속 저하 고전…올핸 140㎞ 중후반 직구 구위 살아나
현재 99세이브…24년 전 임창용 최연소 100세이브 경신 유력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정해영 구속이 확실히 달라졌잖아요."
시즌 초반 만난 KIA 타이거즈 리드오프 박찬호는 작년보다 팀 전력이 훨씬 강해졌다면서 불펜진을 언급했다. KIA 불펜진의 구성은 작년과 크게 비교해 달라진 게 없지만, 박찬호가 주목한 것은 '질적 변화'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정해영(23)이다. 박찬호는 "작년과 멤버는 같지만 불펜 투수들, 특히 정해영의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면서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만 봐도 확실히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박찬호의 말대로, 작년의 정해영과 올해의 정해영은 확실히 달라졌다. 그는 지난해에도 3승4패 23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92로 '엘리트급' 활약을 펼쳤지만, 시즌 후반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직구 스피드와 구위가 떨어졌다. 막아도 깔끔하게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비시즌 중 이의리, 윤영철, 곽도규, 황동하 등과 함께 미국 드라이브 라인 베이스볼 센터에 다녀온 정해영은 확실히 좋아진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
직구 구속이 지난해 평균 143.2㎞에서 올해는 146.3㎞까지 올라갔다. 147, 148㎞도 쉽게 찍으면서 상대 타자들을 윽박지른다. 슬라이더 역시 작년 131.4㎞에서 134.7㎞로 구속이 올라가면서 더욱 예리한 무기가 됐다.
마무리투수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 '탈삼진'을 보면 구위가 좋아졌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지난해엔 9이닝 당 탈삼진이 5.47개로 데뷔 이래 가장 낮았는데, 올해는 9.00개로 높아졌다. 타자들의 헛스윙 비율도 지난해 8.2%에서 16.0%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시즌 초반인 것을 감안해도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알 수 있는 지표들이다. 구속이 살아나면서 정해영 역시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는 등 자신감도 확실히 붙은 모습이다.
무결점 피칭을 이어가던 정해영은 지난 16일 SSG 랜더스전에선 올 시즌 처음으로 '실패'를 맛봤다. 9회말 2아웃까지 잘 잡아놓고 최정에게 동점 홈런, 한유섬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한 것이다. 무실점, 무피홈런 행진이 깨진 것은 물론, 최정의 KBO리그 최다 홈런 타이기록 희생양이 되는 불명예도 안았다.
하지만 그래도 정해영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틀 쉬고 등판한 NC 다이노스전에선 연장전에 등판해 1이닝을 막고 구원승을 따냈고, 2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연장 1이닝을 막고 세이브를 추가했다.
시즌 성적은 1승1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2.45다. SSG전의 대량 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올라갔지만, 그 경기를 제외한 10경기에선 실점이 없었다.
또한 정해영은 조만간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길 전망이다. 현재까지 통산 99세이브를 기록 중인 그는 1세이브만 추가하면 통산 100세이브를 채우게 된다.
100세이브는 정해영 이전에 21명이 달성한 기록으로, 크게 희소성이 있는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정해영의 100세이브엔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현재 기록은 2000년 임창용이 삼성 시절에 달성한 만 23세 10개월 10일인데, 정해영의 나이는 22세 8개월 1일이다. 기록 경신이 사실상 확실한 상황이다.
2020년 KIA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정해영은 데뷔 첫해부터 필승조로 중용된 이후 2년 차 시즌부터 붙박이 마무리투수로 기용됐다. 2021년 34세이브, 2022년 32세이브, 2023년 23세이브로 꾸준히 세이브를 적립한 정해영은, 대선배이자 KBO리그 레전드인 임창용의 기록을 24년 만에 자신의 것으로 바꿀 기회를 잡았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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