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떨어질 곳 없었던 박종훈, 259일 만에 QS로 승리…"김광현 조언 힘"

13일 KT전 6이닝 3실점, 시즌 첫 승
계속된 부진에 체면 구기다 반등 계기 마련

SSG 랜더스의 잠수함 투수 박종훈이 13일 KT 위즈전에서 모처럼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SSG 랜더스 제공)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긴 부진에 빠져 있던 SSG 랜더스의 잠수함 투수 박종훈(33)이 259일 만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피칭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박종훈은 1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경기에서 6이닝 5피안타 사사구 3개 5탈삼진을 곁들여 3실점 했다.

일찍부터 터진 타선 덕에 11-3으로 크게 앞선 7회 마운드를 내려온 박종훈은 팀이 최종 11-8로 승리하면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박종훈이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것도, 승리투수가 된 것도 모두 지난해 7월29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6이닝 무실점) 이후 259일 만이다.

2010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박종훈은 2015년 선발 투수로 자리 잡은 뒤 꾸준히 제 몫을 해오던 선수였다.

2017년 12승, 2018년 14승, 2020년 13승 등 꾸준히 제 몫을 하던 박종훈은 2021년 5년 총액 65억 원의 다년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계약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1년 넘게 재활에 매달리다 2022년 후반기 복귀했지만 11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 6.00에 그쳤다.

2023년에는 등판 때마다 볼넷을 남발하며 고전했고 18경기 2승6패 평균자책점 6.19로 더 나빠졌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으나 멘털이 흔들리며 자멸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구단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35인 보호 선수명단에 박종훈을 제외하는 칼을 빼 들었다. 그러나 나머지 9개 구단이 아무도 박종훈을 지명하지 않았다. 박종훈으로서는 마음의 상처가 컸던 시간이었다.

SSG에서 생활을 이어가게 된 박종훈은 잃었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비시즌 운동에 몰두했다. 지난 1월10일부터 2월1일까지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추신수의 자택에서 하재훈, 박대온과 함께 개인 훈련을 진행했고 이어 팀의 스프링캠프도 충실히 소화했다.

2024년 1월 홀쭉해진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던 SSG 박종훈. (SSG 구단 제공)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체중을 14㎏ 감량하기도 했다. 시즌이 시작되고서는 야구장에 가장 일찍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첫 등판이었던 3월2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2이닝 동안 볼넷 6개를 내준 뒤 조기 강판 당했고 4월7일 NC 다이노스전에서도 4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도 할 말이 없는 성적이었으나 이숭용 감독은 그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이 감독은 "비시즌 때 박종훈이 준비한 과정을 봐 왔기에 기회를 좀 더 주려 한다"고 기용을 시사했다.

박종훈은 팀이 2연패에 빠져 있던 13일 등판 기회를 잡았다. 12일 경기에서 외국인 선발 로버트 더거가 1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기에 박종훈마저 제 몫을 하지 못할 경우 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컸다.

그러나 박종훈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KT 타선을 압박하며 6이닝을 3실점으로 막았다. 늘 문제였던 볼넷도 2개 밖에 없었다.

박종훈은 승리 후 "부끄러운 선수, 부끄러운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아 포기하지 않았다"며 감격을 표했다.

이어 "(김)광현이형이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해 준 것이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