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현실화 되는 '포수 강백호'…KT 비장의 무기 될까

최근 3경기 중 2경기서 마스크…ABS로 포수 문턱 낮아져
이강철 감독 "잘한다" 만족…라인업 운용도 숨통 트일듯

KT 위즈 강백호가 3일 KIA전에서 포수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KT 제공)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천재 타자' 강백호(25·KT 위즈)가 포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일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못한 KT의 '비장의 무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강백호는 최근 3경기에서 2번이나 포수 마스크를 썼다. 지난달 31일 한화 이글스 전에 이어 3일 KIA 타이거즈 전에서도 경기 후반 포수로 투입됐다.

한화 전만 해도 강백호의 포수 투입은 '일회성'으로 보였다. 당시 KT가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었기에 '팬서비스' 차원의 투입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실제 강백호가 프로 무대에서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그 경기가 928일 만이었다. 앞서 2019년 4월20일 사직 롯데전, 2021년 9월15일 잠실 두산 전에 잠시 출전한 이후로 강백호는 포수로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강백호가 3일 KIA 경기에서 또 한 번 포수 자리에 앉았다.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지만 8회초 수비에서 포수로 자리를 옮겼고, 이번엔 2이닝이나 소화했다.

강백호는 프로 데뷔 이전인 서울고 시절 투수, 포수, 4번타자를 모두 소화하는 '만능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2018년 프로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KT는 강백호의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수보다는 외야수와 1루수에 그의 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포지션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어깨가 좋다는 강점이 있는 외야수 자리에서도, 비교적 수비 부담이 적은 1루수에서도 불안감을 드러냈고 결국 지명타자로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KT 위즈 강백호가 3월31일 한화 이글스 전에서 포수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KT 제공)

만 25세의 젊은 선수가 확실한 포지션 없이 '지명타자'로 굳어지는 것은 선수 스스로에게도 썩 좋은 일이 아니다. 더욱이 강백호는 데뷔 초창기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며 이정후와 함께 해외 진출을 노릴 정도의 잠재력을 갖춘 타자였다.

이런 가운데 강백호가 익숙한 포수 포지션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강백호 개인과 KT 팀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특히 올 시즌부터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이 도입된 것도 포지션 변경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그동안은 포수의 프레이밍(framing)과 리드 능력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ABS가 도입된 현시점에선 포수가 포구와 도루 저지 능력만 갖춰도 충분하다.

강백호가 포수를 맡아주면 박병호와 문상철을 동시에 활용하고, 베테랑 야수들의 체력 안배도 원활해질 수 있다.

강백호가 '붙박이 포수'로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KT 제공)

일단 이강철 KT 감독은 '포수 강백호'에 대해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이 감독은 "잠깐이지만 빠지는 공을 블로킹하더라. 몇 년 만에 나갔는데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아무래도 포수에 몸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처음 부임 했을 때(2019년) 강백호에게 포수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그때는 고개를 저었다"면서 "농담처럼 말했지만, 이번에 물어봤을 때는 '시키면 하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강백호는 지난 2일 장재중 배터리코치와 함께 처음으로 포수 훈련에 나서기도 했다. 본인도 어느 정도 포수 포지션에 대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물론 당장 올 시즌 '붙박이 포수'로 기용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포수 훈련을 소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가끔 한 번씩 '백업 포수' 역할을 해주는 정도가 최선으로 보인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