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는 커브가 키포인트?…선수도, 벤치도 적응 중인 '로봇 심판' 존

삼진 후 투수 멋쩍은 웃음·타자는 놀라는 기색 보이기도
'현역 다승 1위' 양현종 "커브 구사 횟수 늘리고 있어"

올 시즌 도입되고 있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광주=뉴스1) 권혁준 기자 = 올 시즌부터 새롭게 도입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에 팬들은 즐겁다. 늘 말썽이었던 '판정 논란'이 사라지면서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현장은 아직은 '적응 단계'다. 기존 '사람 심판'과는 다소 다른 판정이 나오는 경우가 잦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살짝만 걸쳐도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기 때문에 이전보다 존이 넓어진 것 같은 체감이 들기도 한다.

지난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롯데의 경기를 보면 이같은 장면이 여실히 나타났다.

0-0이던 2회말 2사 1,2루에서 타석에 등장한 서건창은 롯데 선발 찰리 반즈의 몸쪽 높은 코스 볼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돼 삼진으로 물러났다. 서건창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3회초 2사 2,3루에선 KIA 양현종의 높은 코스 커브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돼 노진혁이 삼진 처리됐다. 노진혁 역시 허탈한 표정을 지었고, 양현종은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양현종의 사례에서 보듯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코스의 변화구는 '로봇 심판 존'을 공략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존에 걸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기에 타자 입장에선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양현종도 경기 후 "커브가 키포인트인 것 같다"며 이를 인정했다. 그는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은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은데, 각 큰 커브는 땅바닥에 떨어지는 공이라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다"면서 "오늘 경기에서도 다른 때보다는 커브를 많이 던졌다"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4 KBO 규정-규칙 변화 미디어 설명회’에서 한 취재기자가 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다만 아직은 '적응 단계'라고 했다. 그는 "첫 등판이기 때문에 완전히 적응하진 못했다"면서 "내가 생각하기에 스트라이크인데 볼로 나온 게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더 던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들도 아직 로봇 심판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범호 KIA 감독은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이 높아졌다"면서 "확실히 ABS 존이 생각보다는 넓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타자들이 방망이를 낼지 말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이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면서 "벤치 입장에서도 풀카운트에서 런 앤 히트 사인을 내는 데에는 부담이 있다. 여러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비슷했다. 그는 "ABS 판정에 대해 어필을 할 수는 있지만, 결국 존에 조금이라도 걸치면 스트라이크이기 때문에 어필이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면서 "양쪽 다 똑같은 입장이라면 할 말은 없겠지만, 경기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며 적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