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 후 난타 당한 류현진, 악몽의 복귀전…3⅔이닝 5실점
12년 만 한화 컴백, '작년 우승팀' LG 상대 고전
4회 2루수 문현빈 포구 실책 후 3연속 안타 허용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류현진, 류현진, 류현진."
12년 만에 독수리 군단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37)이 시즌 개막전에서 마운드를 향해 걸어가자, 수많은 한화 이글스 팬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의 소나기 펀치와 동료의 실책 탓에 4회도 못 버티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최고 150㎞의 빠른 공을 던지고 직구(45개)와 커브(18개), 체인지업(14개), 커터(9개) 등 다양한 구종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팀 타율 1위' LG 타선에 호되게 당했다. 여기에 동료 야수도 치명적 실책을 범하며 류현진을 돕지 못했다. 이 때문에 류현진의 5실점 중 자책점은 2점이었다.
조기 강판한 류현진은 복귀 첫 승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한국 야구가 배출한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인 류현진은 메이저리그(MLB)에서 12시즌 동안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으며, 지난달 한화와 계약기간 8년, 총액 170억 원의 KBO리그 최고 대우를 받고 복귀했다.
한화는 류현진을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낙점하며 강한 믿음을 보였다. 한 달 동안 알차게 준비한 류현진은 계획대로 개막전에 출격했다. 그가 KBO리그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한 것은 메이저리그 진출 전 마지막 경기였던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 이후 4188일 만이다.
'류현진 효과'도 대단했다. 류현진의 복귀전을 보기 위해 잠실구장에 구름 관중이 몰렸다. 현장 판매분 500여장을 구매하기 위해 밤을 지새운 팬까지 있었다.
류현진도 초반에는 기대에 걸맞은 투구를 했다. 첫 이닝을 공 9개로 깔끔하게 막았다.
첫 타자 박해민에게 던진 초구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나며 볼로 판정됐지만, 이후 8개 연속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박해민과 홍창기, 김현수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상쾌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2회말에는 상당히 고전했다.
류현진은 오스틴 딘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문보경을 범타로 처리했지만 박동원과 문성주에게 안타를 맞아 2사 만루에 몰렸다.
이어 신민재를 상대로 2볼 2스트라이크에서 결정구로 몸쪽 직구를 던졌다가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LG 주자 2명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류현진의 무실점이 깨졌다.
3타자 연속 안타를 맞은 류현진은 박해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시키며 이닝을 끝냈다.
한화 타선이 3회초 1점, 4회초 1점을 따며 2-2 균형을 맞췄고 류현진도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3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은 4회말에도 문보경과 박동원을 연속 범타 처리했다. 문성주를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신민재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여기서 비극이 시작됐다. 2루수 문현빈이 포구 실책을 범하면서 이닝이 끝나지 않았고 2사 1, 3루가 됐다.
타선이 두 바퀴 돌자, LG 타자들은 류현진의 공을 제대로 맞히기 시작했다. 박해민이 1타점 적시타, 홍창기가 2타점 적시타를 치며 류현진을 흔들었다. 김현수까지 류현진의 커터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날렸다.
투구 수는 86개로, 계획된 90구에 다다랐다. 결국 최원호 한화 감독은 2사 1, 3루에서 류현진을 교체했다. 그나마 두 번째 투수 이태양이 오스틴을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시키면서 류현진의 추가 실점은 없었다.
야수 실책의 불운이 있었지만, 류현진도 두 번이나 3연속 안타를 허용하는 등 아직 완벽한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짙은 아쉬움이 남은 류현진의 복귀 무대였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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