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①] 로봇 심판에 유료 중계…확 바뀌는 KBO리그

ABS·베이스 확대 등 새 규정 도입, 피치클락 시범운영
티빙, 모바일 중계 유료화…공짜 시대 종료

12일 오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 시범경기에서 관중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2024.3.1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프로야구 KBO리그가 대대적인 변화 속에 43번째 시즌의 문을 연다. 혁신적인 규정이 도입되고, 팬들은 유료로 야구를 봐야하는 시대를 시작한다.

2024 KBO리그는 오는 23일 잠실(한화-LG), 인천(롯데-SSG), 수원(삼성-KT), 광주(키움-KIA), 창원(두산-NC) 등 전국 5개 구장에서 펼쳐지는 개막전을 시작으로 총 720경기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올해 프로야구는 11월 10일부터 국가대항전인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개최됨에 따라 지난해보다 일주일 빨리 기지개를 켠다.

우천 등 취소 경기 속출로 인해 시즌 막판 일정이 빡빡해지는 걸 막기 위해 4월부터 금요일과 토요일 경기가 취소될 경우 더블헤더를 펼친다. 또한 올스타 브레이크도 기존 7일에서 4일로 단축한다.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4 KBO 규정-규칙 변화 미디어 설명회’에서 한 취재기자가 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을 살펴보고 있다. 2024.3.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2024 KBO리그의 화두는 '혁신'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의 인기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파격적으로 다양한 규정을 도입했다.

먼저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1군 무대에 시행한다. 미국, 일본보다 빠르다.

여기에 베이스 크기가 기존 15제곱인치에서 18제곱인치로 확대하고, 수비 시프트도 2루를 기준으로 좌우에 각각 두 명의 내야수를 두도록 했다. 이른바 특정 시프트를 가동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투구와 타격 준비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락도 시범 운영한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8초, 있을 때 23초 안에 투구 동작에 들어가야 한다. KBO는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규정 위반에 대한 심판 콜은 약식으로 진행하며, 정식 도입은 내년에 한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 경기, 3회초 두산 두 번째 투수 박신지가 투구 전 와인드업을 하고 있다. 2024.3.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새로운 규정은 시범경기를 통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KBO에 따르면 시범경기 총 46경기의 평균 소요 시간은 2시간39분으로 지난해 동기간(2시간58분)보다 19분이나 빨라졌다. 도루 성공률도 68.42%에서 74.77%로 증가했다. 반면 한 경기당 볼넷은 7개로 지난해 7.64개보다 줄었다.

ABS는 정확성 높은 판정으로 호응을 얻었고, 선수단의 판정 시비도 없었다. 다만 14일 키움-SSG전에서는 야구장 전원 공급 문제로 ABS가 작동하지 않아 주심이 즉각 볼 판정을 하기도 했다.

12일 오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 시범경기에서 한화 선발 류현진이 역투하고 있다. 2024.3.1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개혁의 칼을 꺼낸 KBO리그는 2017년 840만688명을 넘어 역대 최다 관중 기록에 도전한다.

지난해에는 각종 악재를 딛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처음으로 800만 관중(810만326명)을 모았다.

올해는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정리하고 12년 만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괴물' 류현진의 복귀가 큰 호재다. 지난달 류현진이 한화와 KBO리그 최고 대우인 계약기간 8년, 총액 170억 원 계약을 맺은 뒤 그를 향한 관심이 폭발했다. 류현진이 등판한 두 번의 시범경기에는 수많은 야구팬이 모였다.

하지만 흥행 전선에 '유료 중계'라는 큰 변수도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CEO)가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탤런트스튜디오에서 열린 KBO 리그 중계 기념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티빙 제공) 2024.3.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CJ ENM과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3년 총액 1350억 원(연평균 450억 원)으로, 기존 계약 5년 1100억 원(연평균 220억 원)보다 연평균 금액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KBO와 10개 구단은 막대한 수입이 생겼지만,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KBO리그 경기를 공짜로 봤던 야구팬은 이제 돈을 내야 한다. CJ ENM이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은 프로야구를 독점 중계하면서 5월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한다.

보편적 접근성에 제약이 생기면서 야구팬의 반발은 커졌다. 아예 '프로야구를 보지 않겠다'고 등 돌린 일부 팬도 있다. 이 가운데 티빙은 세이프(Safe)가 아닌 세이브(Save) 같은 황당하고 엉성한 자막 중계로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한 시즌이 끝나봐야 유료 중계가 KBO리그 흥행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긍정적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