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3·2·1" 카운트다운…피치클락 '시범운영'에 확 달라진 프로야구

시범경기 첫날 총 39회 위반, 경기시간 단축 효과
전반기까지 시범운영 뒤 후반기 정식 도입 가능성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 시범경기부터 피치 클락을 시범 운영한다. 홈 플레이트 뒤에 설치된 전자시계. (KT 위즈 제공)

(수원=뉴스1) 이상철 기자 = 올 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전에는 확 달라진 KBO리그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시범경기부터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과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새롭게 도입된 규정이 적용됐고, 팬들은 박진감 넘치는 야구를 즐겼다. 선수가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예민하게 반응해 심판과 대립하는 모습도 사라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끈 것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범 운영한 '피치 클락'이었다.

메이저리그(MLB)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피치 클락은 투구와 타격 준비시간을 제한해 경기 진행 속도를 끌어올려 혁신적인 규정으로 평가받는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피치 클락 도입으로 경기 시간이 약 24분 단축되는 효과를 누렸다. 이에 올 시즌에는 주자가 있을 경우 투수의 투구 제한 시간을 기존 20초에서 18초로 줄이는 등 피치 클락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불필요한 경기 지연 감소를 위해 피치 클락을 도입을 추진했다. 일부 구단의 반대로 우선 전반기에는 시범 운영을 한 후 후반기 적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걸 고려해 메이저리그보다 제한 시간이 완화된다. 투수는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23초, 없을 때 18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 타자는 피치클락 내 8초가 표기된 시점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된다. 다만 KBO는 시범 운영 기간인 만큼 피치 클락을 위반한 투수나 타자에게 볼, 스트라이크 등을 제재하는 대신 구두 경고만 하기로 했다.

꼭 지켜야 하는 규정이 아닌 만큼 현장에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 구단은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우려해 반대 의사를 피력했고, 다른 구단은 언젠가 시행될 규정인 만큼 빠른 적응을 위해 최대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 시범경기부터 피치 클락을 시범 운영한다. 전광판 아래 설치된 전자시계. (KT 위즈 제공)

피치 클락은 생각 이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경기 막판에는 관중이 홈 플레이트 뒤와 외야 전광판 밑에 설치된 전자시계를 보면서 "5·4·3·2·1" 카운트다운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관중은 피치 클락을 위반한 선수에게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로선 피치 클락에 대한 큰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낯설고 준비가 덜 된 만큼 시범경기 첫날부터 피치 클락 위반 사례가 39차례나 쏟아졌다. 투수는 14회, 타자는 25회 피치 클락을 어겼다.

LG 트윈스와 KT 위즈가 맞붙은 수원 경기에서는 피치 클락 위반이 7차례 있었다. KT는 손동현(2회), 김영현, 박영현(이상 투수), 김민혁, 문상철(이상 타자) 등이 구두 경고를 받았다. LG는 타자 박동원만 피치 클락을 어겼다.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 LG-KT전에서는 피치 클락 장비 작동 문제로 4회부터 적용되기도 했다.

그래도 경기 단축 시간 효과는 두드러졌다. 시범경기 개막전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44분으로, 지난 시즌 시범경기 개막전의 2시간50분보다 6분 단축됐다. 대전 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전은 2시간20분 만에 종료되기도 했다.

KBO리그의 지난해 정규시즌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12분이었다. 피치 클락이 후반기에 정식 도입된다면 경기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