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엔스, '4이닝 8K' 화려한 신고식…"팬들 앞에서 신나게 던졌다"
KT와 시범경기서 5-2 승 견인, 직구와 커터 위력적
정규시즌 개막전 선발 확정…"류현진과 맞대결 영광"
- 이상철 기자
(수원=뉴스1) 이상철 기자 = 쌍둥이 군단의 '새 에이스' 디트릭 엔스(33)가 LG 트윈스 팬들 앞에서 탈삼진 8개를 잡으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엔스는 9일 경기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KBO리그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는 엔스의 활약을 앞세워 KT를 5-2로 꺾고 2연패를 향해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엔스는 2연패를 노리는 LG가 '1선발'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다. 계약 조건도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로 신규 외국인 선수 최고 대우를 해줬다.
LG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면서 엔스가 국내에서 공을 던진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수원케이티위즈파크의 3루측 관중석에는 수많은 LG 팬들이 자리해 새 에이스의 투구를 지켜봤다.
엔스는 자신을 향한 기대에 부응했다. 묵직한 직구와 예리한 커터를 앞세워 아웃카운트 12개 중 무려 8개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경기 후 엔스는 "KBO리그 팬들 앞에서 처음 등판한 경기라서 매우 신났다. 전체적인 투구 내용도 만족스러웠다"며 "앞으로 내 구종을 다듬어 나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엔스는 직구(27개)와 커터(17개), 체인지업(10개), 커브(9개), 슬라이더(1개) 등 다양한 구종을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로 측정됐다.
그는 "공격적인 투구로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 했던 것이 주효했다. 직구와 커터 모두 내가 원하는 코스에 던졌고, 타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살필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엔스가 KBO리그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체인지업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스가 이날 삼진을 잡은 결정구는 커터(4개)와 직구(3개), 커브(1개)였다.
엔스는 "오늘 던진 체인지업 중 좋은 공도 있고 안 좋은 공도 있었다. 그래도 오프시즌과 스프링캠프에서 체인지업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공을 이렇게 실전에서 던졌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물론 더 가다듬어야 한다. 내 손에서 공을 놓았을 때 체인지업이 직구처럼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백호에게 4회말 2점 홈런을 맞은 것은 옥에 티였다. 2볼 1스트라이크에서 던진 138㎞ 커터가 한 가운데 몰렸다.
엔스는 "커터를 몸쪽 낮게 던지려 했는데 높게 제구됐다"며 "강백호는 좋은 타자이고, 공격적으로 스윙한다. 이 타자에게는 이 코스에 공을 던지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커터를 더 정교하게 던져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복기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는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비롯해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등이 신설됐다. 여기에 투구와 타격 준비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클락도 전반기 시범 운영 후 후반기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엔스는 ABS에 대해 "오늘 처음 경험했는데 투수는 물론 타자에게도 배움의 시간이었다. 캠프 기간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ABS 설명회를 통해 어디에 공을 던져야 스트라이크, 볼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통해 확실하게 체험했다. ABS의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잘 던지면 될 것"이라고 했다.
피치클락에 대해서는 "마이너리그 시절에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다. 오늘 전체적으로 템포가 좋았다. 피치클락을 보면서 내 템포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중요한 것은 적응"이라고 말했다.
LG는 오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엔스를 선발 투수로 내세운다. 엔스의 선발 상대는 12년 만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이다.
엔스는 "개막전 선발 투수로 확정된 데다 류현진이라는 훌륭한 투수와 맞붙게 돼 영광스럽고 기분이 좋다.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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