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KIA 감독 "김기태 감독님이 '선견지명 있으셨나…"[일문일답]

"현역 시절 본받고 싶었던 분…감독되고 가장 먼저 전화"
"감독실에 앉아있으니 많은 생각…외로운 자리일 것 같아"

8일 기아오토랜드 광주에서 열린 KIA타이거즈 제11대 감독 취임식에서 이범호 신임 감독이 유니폼을 배부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 감독에게는 등 번호 '71번'이 부여됐다. 2024.3.8/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권혁준 기자 = KIA 타이거즈 사령탑이 확정된 후 이범호 감독(43)이 가장 먼저 연락한 이는 김기태 전 감독(55)이었다. 이 감독은 "감독님께서 예전에 '너도 분명히 (감독) 한 번 할 거다'라고 하셨는데,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8일 광주 기아 오토랜드에서 열린 취임식을 통해 팀의 제11대 감독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 감독은 앞서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도중 2년 9억원의 계약을 맺고 신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 감독은 "이제 조금씩 실감은 나지만, 경기장에 들어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봐야 그때 확실히 느낌이 올 것 같다"며 웃었다.

2개월 전만 해도 '1군 타격코치'로 시즌을 준비하던 이 감독은 갑작스럽게 팀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

이 감독은 감독이 된 이후 가장 먼저 김기태 감독에게 전화했다고. 김기태 감독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KIA 감독을 지냈고, 2017년 통합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 당시 이 감독도 '선수'로 김기태 감독과 함께 했다.

이 감독은 "선수 말년에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도 저를 믿어주셨던 분"이라며 "현역 시절 항상 본받고 싶은 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이 예전에 저한테 감독 한 번 할 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번에 통화할 때도 그 얘기를 하셨다"면서 "선견지명이 있으신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와 처음으로 감독실에 들어가 봤다는 이 감독은 "이전까지는 감독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곳이었는데, 혼자 앉아있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힘들고 외로운 자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현역 시절 이범호(오른쪽)와 김기태 KIA 전 감독. /뉴스1 DB ⓒ News1 오대일 기자

다음은 이 감독과의 일문일답.

-이제는 감독이 실감되는지

▶경기장 들어가 선수들과 호흡 맞춰서 하다 보면 그때 확실히 느낌이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감독실에 들어가 본 소감은.

▶이전까지 감독실은 인사드리러 가거나 타순 때문에 가거나 했는데 오늘 혼자 앉아있으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힘든 자리, 외로운 자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감독 결정되고 김기태 감독한테 처음 전화했다고.

▶첫 우승 할 때 감독님이셨다. 선수 시절 말년에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도 믿어주셨던 분이다. 현역 때 늘 본받고 싶은 분이었다. 감독님께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전화를 드렸다. 감독님이 선견지명이 있으신지 '너도 분명히 한 번 할 거다'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

-선수들에게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을 당부한다면.

▶플레이 때 최선을 다하면 된다. 다른 것은 자유롭게 할 것이다. 다만 '자유'는 경기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배려하는 것이지, 라커룸 안에서 쉬고 놀라는 것이 아니다. 경기에 출전하기 위한 몸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의미다.

8일 기아오토랜드 광주에서 열린 KIA타이거즈 제11대 감독 취임식에서 이범호 신임 감독이 취임사하고 있다. 2024.3.8/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개막전 엔트리 구상은.

▶어느 정도 정리됐고, 1루수와 백업 포수 정도가 남았다. 마지막 선택은 코치진과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다.

-1루수가 누구 일지 관심이 많은데.

▶수비에 별문제가 없다면 이우성이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루수를 많이 안 해 봤기 때문에 체크해봐야 한다. 황대인은 1루수를 많이 해봤고, 2군에서의 모습이 좋아서 한 번 체크해보려고 한다. 변우혁은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는 게 있다.

결과적으로 돌아가면서 기용해 보고 선택할 생각이다. 1루는 공격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수비도 무시할 수는 없다.

-포수는 어떻게 되나.

▶김태군은 외국인 선수와 주로 호흡을 맞춰왔다. 우리 팀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이라 한 자리를 가져가고, 나머지 한자리를 선택해야 한다.

한준수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질 수 있다. 공격적인 면이 필요할 때 쓸 수 있을 것 같다.

8일 기아오토랜드 광주에서 열린 KIA타이거즈 제11대 감독 취임식에서 이범호 신임 감독이 기자단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2024.3.8/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스프링캠프에서 윤도현, 박민 등이 두각을 보였는데.

▶그 나이에 비해 가진 능력치가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고참 선수들과 함께 할 때 어느 정도의 시너지를 발산할지가 중요하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아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김도영은 시범경기 처음부터 출전하나.

▶첫 경기부터 나간다. 선발일지 교체일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타석 수를 조금씩 늘려갈 계획이다.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 배팅을 소화했고, 타격이나 수비에서 부담이 없어 보였다. 시범경기에서 실전을 소화하며 개막전에 컨디션을 맞추려고 한다.

-데이터 활용이 열려있다는 평가가 있다.

▶데이터 파트에서 분석하고 수비 코치가 적용하는 부분은 대부분 받아들일 생각이다. 다만 순간마다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을 때는 바뀔 수도 있다. 3루수 수비를 오래했는데,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이 올 때가 있다.

선수들의 경우 데이터를 제공하되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다만 받아들이지 않고 나쁜 결과가 나온다면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수 2명은 어떻게 평가하나.

▶캠프에서 많은 모습 보여줬다. 날씨가 따뜻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능력치 90%는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KBO리그 경기장의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으로 10%를 채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구위와 마인드 모두 좋아 팀하고도 잘 맞을 것 같다.

-시범경기 도중 3명(정해영, 이의리, 최지민)이 대표팀 소집되는데.

▶모든 팀이 다 보내는 거니까. 우리는 투수만 3명이라 차라리 나은 것 같다. 고척돔은 춥지 않아서 짧게 던진다면 부상 위험은 덜할 것이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