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즐기는 KT 에이스 고영표…"올해도 안전바 착용하세요"

지난해 꼴찌에서 2위로…"야구는 워낙 변수 많아, 예측불허"
비시즌 다년계약…"책임감 커졌다, 후배들도 이끌어줘야"

KT 위즈 고영표가 부산 기장현대차볼파크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러닝훈련을 하고 있다. (KT 제공)

(부산=뉴스1) 권혁준 기자 = KT 위즈는 '슬로 스타터' 이미지가 있다.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하게 출발했다가 6월 이후 느지막이 상승세를 타며 순위를 끌어올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는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시즌을 보냈다. 6월 초까지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는데 6~8월 47승18패(0.723)의 매서운 상승세로 치고 올라오며 최종 2위로 마감했다.

KT 에이스 고영표(33)는 2024 시즌 전망을 묻는 말에 "올해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팬들께는 혹시 모르니 '안전바'를 착용하고 계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야구는 '작은 인생'과도 같다. 언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안심시키는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그건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내리막'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라가든, 내려가든 롤러코스터는 많은 분들이 재미있어하지 않나. 어떤 상황이든 즐기면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KT 위즈 투수 김건웅의 투구를 지켜보는 고영표(오른쪽). (KT 제공)

사실 프로 데뷔 이후의 고영표 개인 커리어 역시 '롤러코스터'에 비교할 만 하다. 2015년 데뷔한 그는 2018년까지 매년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꾸준하게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안정적인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던 그가 군 전역 후인 2021년 다른 투수가 됐다. '사이드암 전설'인 이강철 감독의 조련 속에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고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2.99로 안정감을 찾았다. 볼넷을 적게 주고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이상적인 선발투수'가 됐다.

지난달엔 비FA 다년계약까지 체결했다. 만 33세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5년 총액 107억원(보장 95억원, 옵션 12억원)의 '잭팟'을 터뜨리며 '성공기'를 썼다.

고영표는 "사실 많은 후배들이 FA 계약을 바라보고 열심히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많은 생각이 든다"면서 "구단에서 믿어준 것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후배들도 이끌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했다.

KT 위즈 고영표. /뉴스1 DB ⓒ News1 김성진 기자

이강철 감독도 투수조의 '기둥'인 고영표에 대한 신뢰가 크다. 고영표가 성장 가능성 있는 젊은 투수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고영표는 "감독님께서 직접적으로 말씀은 안 하시지만, 그런 상황이 되면 내가 알아서 후배들에게 좋은 얘기도 하고 경험담도 들려준다"면서 "어차피 나 혼자 잘한다고 팀이 잘 되는 건 아니다. 선배들이 끌어가고 후배들이 받쳐줘야 '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게 KT만의 팀 컬러인 것 같다. 이전까지는 (김)재윤이형도 그런 역할을 했는데 이적을 했으니 내가 그 문화를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3강'으로 꼽히는 팀 전력에 대해서도 'KT의 팀 컬러'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고영표는 "작년에도 안 좋은 상황을 이겨내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면서 "올해도 우리 색깔 대로 잘 하고, 부상자가 많이 나오지 않으면 높은 위치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부터 잘해야 한다"며 미소 지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