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심판' 바라보는 베테랑 박병호와 루키 원상현의 시각 차이

박병호 "스피드업 OK, 비시즌에 적응 훈련 없는 건 아쉬워"
원상현 "고3 때 경험…처음엔 짜증났지만 적응되니 더 좋아"

지난해 고교야구에서 도입됐던 '로봇 심판'이 올 시즌 KBO리그에도 도입된다. /뉴스1 DB ⓒ News1 장수영 기자

(부산=뉴스1) 권혁준 기자 = 프로 20년차 베테랑 박병호(38)와 데뷔를 눈앞에 둔 루키 원상현(20·이상 KT 위즈). 새 시즌 새롭게 도입되는 룰에 대한 시각 차이는 나이 차만큼이나 커 보였다.

2024시즌 KBO리그의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로봇 심판'으로 통하는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의 도입이다. 그동안 심판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볼 판정을 인공지능(AI)에 맡기면서 오심을 최소화하고 빠른 경기 진행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사람이 아닌 '로봇 심판'이 판정을 내리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봇 심판에 관해 물어보면 "일단 해봐야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선수들이 대다수인 이유다.

리그 최다인 6번의 홈런왕에 통산 홈런 3위(380홈런)에 빛나는 박병호는 바로 이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KT 위즈 박병호가 부산 기장현대차볼파크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KT 제공)

박병호는 "스피드업을 목표로 한다는 취지는 잘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훈련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부분에 대한 장비 같은 게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연습 방법 같은 것을 모색할 수도 없다"면서 "시범경기라는 짧은 기간에 투수와 타자 모두 적응해야 하는 데 과연 가능할까 싶다.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선수가 똑같은 룰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보진 않지만, 비시즌을 적응 기간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루키 원상현은 생각이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원상현은 이미 '로봇 심판'을 경험하고 프로에 왔기 때문이다.

고교 야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부터 로봇 심판을 실전 경기에서도 적응했다. 올해 데뷔하는 루키들의 경우 로봇 심판을 겪은 뒤 프로로 올라오는 셈이다.

KT 위즈 루키 원상현. ⓒ News1

원상현은 "처음에는 신기했고, 그다음엔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는 부분도 있었다"면서 "땅바닥으로 오거나 하는 공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도 해서 의아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나 적응이 된 이후엔 오히려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 심판 이전엔 각 심판들의 스타일이 있었는데 로봇 심판은 '의아한 판정'이라도 일관성이 있다"면서 "편파 판정에 대한 생각을 안 하게 되고, 타자와의 수싸움에서도 도망가기보다는 더 승부하게 되는 경향이 커졌다"고 했다.

물론 타자와 투수의 시각 차이일 수도 있지만 로봇 심판을 경험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적응 시간은 분명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측면에선 이미 로봇 심판에 대한 적응을 마치고 온 루키 선수들이 기존 베테랑 선수보다 이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