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도 '연쇄사인' 본능은 계속…김상수 "경기 끝나고 30분 사인도"

지난해 KT 이적 후 활약…"한 살 더 먹었지만 유격수 거뜬"
마지막 우승 벌써 9년 전…"우승 갈증, 올해 풀 수 있을 것"

KT 위즈 김상수가 부산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진행 중인 팀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KT 제공)

(부산=뉴스1) 권혁준 기자 = KT 위즈 내야수 김상수(34)에게 지난해는 큰 전환점이었다. 2009년 프로 데뷔 이후 줄곧 삼성 한 팀에서만 뛰었던 그가 FA로 새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팀을 옮겨서도 그의 기량은 여전했다. 정규시즌 129경기에 출전해 0.271의 타율에 3홈런 56타점 등으로 타선의 활력소 역할을 해냈고 오랜만에 풀타임 유격수를 소화하면서 수비력도 탄탄했다.

김상수는 "나름의 성과가 많은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적 전 2시즌 동안 못했던 부분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우려했던 부분들을 지워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1, 2번 타순을 소화하거나 유격수 포지션에서의 풀타임 소화는 이적 직전에는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KT로선 '기대 이상'의 FA 영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상수는 "스스로도 생각보다 잘 돼서 놀라기도 했다"면서 "타격의 경우 타이밍 잡는 부분을 조금 바꿨는데 큰 도움이 됐고, 수비는 이적 직전 시즌에 유격수로 자주 나갔던 것이 나에겐 좋은 영향이었다"고 설명했다.

해가 바뀌면서 김상수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유격수를 소화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KT 김상수. / 뉴스1 DB ⓒ News1 김성진 기자

그는 "한 살 더 먹긴 했지만 와닿지는 않는다. 마음 같아선 풀타임도 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감독님이 말리실 것 같다"면서 "그래도 유격수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우리 팀 후배 내야수 중에서도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빨리 성장해서 나와 경쟁을 벌이면 우리 팀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상수가 변하지 않은 것은 기량뿐이 아니다. '연쇄사인마'로의 본능 역시 새로운 팀에서도 그대로였다.

김상수는 야구장 밖에서 많은 미담으로 유명한 데, 특히 리그 최고의 '팬 서비스'를 가진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KBO리그 일부 선수들의 불친절한 팬서비스가 수면 위로 불거졌을 때, 정반대의 모습으로 부각됐던 이가 바로 김상수다.

김상수는 "물론 KT에서도 팬들에게 사인은 잘 해드리고 있다"면서 "경기 끝나고 차를 타기 전까지의 동선이 삼성 때보다 더 길어서 오히려 더 많이 해드리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오래 할 때는 경기 후 30분 동안 사인을 하고 간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수는 "어렸을 때 야구를 보러 갔다가 어떤 삼성 선수가 사인을 잘해주시고 간 기억이 있다"면서 "그래서 나도 선수가 되면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연쇄사인마'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김상수. (KT 제공)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지난해였지만, 한 가지 아쉬움은 우승하지 못한 것이다. KT는 정규시즌 한때 꼴찌까지 내려앉았다가 2위로 반등했고, 플레이오프에선 '패패승승승'의 리버스 스윕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LG 트윈스에 아쉽게 패했다.

김상수는 "전체적으로 LG의 기운이 워낙 좋았던 것 같다"면서 "우리도 충분히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돌아봤다.

KT는 올 시즌도 LG, KIA 등과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힌다. 김상수 역시 "올 시즌 전력이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 시절 '통합 4연패' 등 우승을 숱하게 경험해 본 그지만, 여전히 목마르다.

김상수는 "삼성에서 우승을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마지막 우승이 벌써 9년 전(2014년)이다"라며 "우승은 작년에 했어도 또 하고 싶은 법이다. KT는 팀 분위기도 언제나 활기차기 때문에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