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 단속 나선 삼성, 2년째 지갑 연 한화…FA 시장 승자는

총액 605.5억, 전년 대비 잠잠…삼성·한화 눈에 띄는 보강
19명 중 이적 5명 뿐…LG·두산·KIA 등 '집토끼' 지키기 주력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김재윤. (삼성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24 KBO리그 FA 시장이 마무리됐다. 최근 몇 년간의 시장 분위기와 비교하면 잠잠했으나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 등은 적극적인 전력 보강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FA 주권과 김민성은 지난 26일 각각 FA 계약을 마무리했다. 주권은 원 소속팀 KT와 2+2년 총액 최대 16억원에 계약했고, 김민성은 원 소속팀 LG와 2+1년 총액 9억원에 계약한 뒤 곧장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됐다.

주권과 김민성을 끝으로 FA 19명의 행선지가 모두 정해졌다. 지난해엔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2월에도 이명기, 권희동, 정찬헌, 강리호 등 4명의 '미계약자'가 있었는데,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FA 19명의 계약 총액은 605억5000만원으로, 지난해의 803억1500만원보다 200억 가까이 줄었다.

최고액 계약자인 오지환(LG·6년 124억원)이 시즌 전 이미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가 파기 후 다시 FA 계약을 맺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난해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오지환을 제외하곤 100억대 '잭팟'도 전무했다.

최대어로 여겨지던 선수들이 일찌감치 원 소속팀과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 FA 시장 규모도 자연스럽게 줄어든 모양새다. 내년 FA를 앞둔 고영표(KT)도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한동안 이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적 선수도 단 5명에 불과했다. 안치홍(롯데→한화)을 필두로 김재윤(KT→삼성), 임창민(키움→삼성), 이지영(키움→SSG), 김민성(LG→롯데)이 이적했다. 지난해 21명의 FA 중 절반에 가까운 12명이 팀을 옮긴 것과 대조적이다.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안치홍. (한화 제공)

삼성과 한화는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삼성은 이번 FA 시장에서 유일하게 2명의 외부 영입을 한 팀이었고, 한화는 외부 FA에게 가장 많은 돈을 지출(안치홍, 4+2년 72억원)한 구단이었다.

삼성은 '뒷문 보강'에 방점을 뒀다. 지난 시즌 최다 역전패와 불펜 평균자책점 꼴찌의 멍에를 쓴 삼성은 외부 영입으로 김재윤(4년 58억원)과 임창민(2년 8억원)을 잡았다. 지난 시즌 김재윤은 KT, 임창민은 키움에서 각각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여기에 팀 내 FA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오승환도 진통 끝에 2년 22억원에 잔류시켰다. 당장 지난 시즌 마무리투수 3명이 한 곳에 모이게 된 셈이다.

김재윤과 임창민, 그리고 40대에 접어든 오승환 모두 '완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이 상호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면 삼성의 FA 시장 전략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은 여기에 더해 투수 김대우(2년 4억원), 내야수 강한울(2년 3억원)과도 재계약했다. 김재윤의 보상 선수로 내준 투수 문용익을 제외하면 전력 유출은 거의 없었다.

한화는 2년 연속 지갑을 열었다. 지난해 무려 4명(채은성·이태양·오선진·이명기)의 외부 영입과 비교하면 소소한 편이지만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던 안치홍을 잡는 데 성공했다.

안치홍은 올해 만 34세로 베테랑 반열에 들어가지만 여전히 공격에서 생산력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한화는 안치홍의 영입으로 기존의 채은성, 노시환, 새 외인 요나단 페라자와 함께 중심 타선에 힘을 더할 수 있게 됐다.

두산 베어스에 잔류한 양석환.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다른 팀들은 외부 영입보다는 '집토끼' 지키기에 주력했다. 두산 베어스는 거포 양석환(4+2년 78억원)과 홍건희(2+2년 24억5000만원)를 모두 잔류시켰고, KIA도 김선빈(3년 30억원), 고종욱(2년 5억원)을 모두 지켰다.

지난해 통합 우승 팀 LG도 임찬규(4년 50억원)와 함덕주(4년 38억원)를 모두 지켜내며 전력 유출을 막았다. 다만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유틸리티 내야수 김민성을 롯데에 내준 것 등은 마이너스 요소다.

롯데는 안치홍을 내줬지만 전준우를 눌러앉혔고 베테랑 김민성을 영입하며 유출을 최소화했다.

지난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키움의 경우 '리빌딩' 기조를 재확인했다. 베테랑 임창민과 이지영을 모두 내줬고, 이렇다 할 영입도 없었다. 이미 이정후(ML 진출)와 안우진(군 입대) 등 투타의 기둥이 빠져나간 상황이기에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