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이 닦은 'LG 선수'의 MLB 진출 길, 정우영에 달린 꿈
2022년 홀드왕 받았지만 2023년 최악의 부진
올해 좋은 성적 거둔 뒤 구단 허락 받을 계획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LG 트윈스는 이달 초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하면서 창단 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MLB) 진출 선수를 배출했다. 이상훈이 1997년 시즌 종료 후 국내 최초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들긴 이래 첫 성공 사례다.
2025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또 한 명의 LG 출신 메이저리거가 나올 수 있는데 '불펜의 핵' 정우영도 큰 꿈을 꾸고 있다.
2019년 LG 유니폼을 입은 정우영은 두 시즌을 더 뛰면 포스팅을 통해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아직 메이저리그 진출은 먼 이야기지만 정우영은 하나씩 준비해 가겠다는 각오다. 2024시즌을 마친 뒤에는 구단에 정식으로 포스팅을 요청할 계획이다.
KBO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 중 하나인 정우영은 출중한 기량을 갖췄다. 그는 데뷔 첫 시즌에 56경기 4승6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 1997년 이병규 이후 22년 만에 LG 출신 신인상을 받았다. 2020년 20홀드, 2021년 27홀드를 기록하더니 2022년엔 35홀드로 타이틀 홀더가 됐다. 지난해 4월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최연소(23세 7개월 20일) 100홀드 기록까지 달성했다.
사이드암 투수로서 150㎞대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것은 정우영의 강점이다. 염경엽 감독은 "(정)우영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하지 않은 유형의 투수다. 기본 자질까지 고려하면 고우석보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정우영이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선 반드시 LG 구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정우영이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느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래도 고우석이 닦아놓은 길 덕분에 LG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가는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정우영이 다음 주자로 그 수혜를 입을 수 있다.
LG 구단의 조건부 허락 끝에 포스팅을 신청한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계약기간 2+1년, 총액 최대 940만달러 조건을 제안받았다. 보장된 계약 규모는 2년에 450만달러로, 1000만달러 이상을 기대한 LG의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지만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강력하게 요청했고 구본능 LG 구단주 대행은 그 의지에 따지지 말고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고우석의 계약 규모는 다음 LG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기준점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LG는 정우영이 메이저리그에 나갈 것을 대비하고 있다. 고우석이 떠나면서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필요해졌는데, 정우영이 아닌 유영찬을 클로저로 낙점한 것도 1~2년이 아닌 장기간 뒷문을 책임질 투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지만, 열쇠는 정우영이 쥐고 있다. 그는 2023시즌 60경기 5승6패 11홀드 평균자책점 4.70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느린 슬라이드 스텝을 보완하기 위해 투구 자세를 바꾸고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정우영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꿈을 이루려면 부활이 필요하다. 염 감독 역시 정우영이 2024시즌 반등에 성공해야 메이저리그 계약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정우영도 이를 인지, 절치부심하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곧바로 수술대에 올라 팔꿈치 뼛조각 골극 제거술을 받았다. 재활 기간은 3~4개월로, 큰 문제가 없다면 오는 3월23일 정규시즌 개막전에는 공을 던질 수 있을 전망이다.
재활 중인 정우영은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손주영, 김윤식, 이상영, 이지강, 강효종 등 투수 5명과 함께 먼저 LG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으로 출국, 재기를 다짐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rok195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