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왕조' 출신 베테랑만 3명…한화, '9푼1리' 숫자보다 '경험' 중시했다
베테랑 포수 이재원과 계약…올 시즌 SSG서 27경기 출전, 실력 한풀 꺾여
경험·안정 잡아줄 베테랑 중시…투수 정우람·외야수 김강민도 SK 출신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터줏대감 정우람(38)에 김강민(41), 이재원(35)까지. 한화 이글스에 'SK 왕조' 출신 베테랑만 3명이 됐다. 단순 기량으로만 보면 '굳이'라는 의문 부호가 들지만, 이들의 경험과 안정감을 높게 본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구성이다.
한화 이글스는 28일 베테랑 포수 이재원과 연봉 5000만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재원은 인천고를 졸업한 뒤 2006년 1차 지명을 받고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이후 김성근, 이만수, 김용희, 트레이 힐만, 염경엽 감독을 거쳐 김원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팀 명이 SK에서 SSG로 바뀔 때까지도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며 급격한 노쇠화를 피할 수 없었다. 특히 한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리던 장타력이 실종됐고 타율이 2할을 밑도는 등 타격의 하락세가 도드라졌다.
SSG가 우승했던 2022년에도 0.201의 타율에 4홈런 28타점으로 부진했던 그는 올해 또 다시 '최저점'을 경신했다. 1군에서 27경기 출전에 그쳤고 44타수 3안타, 0홈런에 2타점이었다. 타율은 1할이 채 되지 않는 0.091에 불과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교체하며 팀 쇄신작업에 돌입한 SSG에겐 이재원 역시 '정리 대상' 중 하나였다. 이재원 역시 스스로 2차 드래프트 보호 명단 제외를 요청했고, 2차 드래프트 지명이 되지 않자 방출을 요구하는 등 정든 팀과의 작별을 준비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매년 최저점을 경신하는 하락세. 많은 방출생 중에서도 이재원이 소속팀을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한화는 이재원에게 손을 내밀었고 결국 이재원은 새로운 둥지를 찾을 수 있었다.
한화가 밝힌 이재원의 영입 이유는 '포수 뎁스 강화'다. 한화는 올 시즌 주전 포수 최재훈(34)에 군 문제를 해결한 젊은 포수 박상언(26)으로 포수 진용을 꾸렸다.
하지만 2명의 포수로는 긴 시즌을 치르는 것이 쉽지 않다. 포수 포지션의 특성상 잔부상도 많고 휴식도 필요하기 때문에 3명 이상의 1군급 포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한화엔 허관회, 장규현 등의 유망주 포수가 있지만 1군에서 자리를 잡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또 다른 유망주 허인서 역시 내년 하반기에나 돌아온다. 유사시 '제 3 포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젊은 포수들로만 꾸리기엔 부담감이 있기에 이재원의 영입을 결정했다.
이재원에게 내년 시즌 드라마틱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팀 내 3번째 포수 경쟁을 하면서 수비 이닝을 맡아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무엇보다 이재원이 SK-SSG 시절 쌓은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그는 프로 2년차던 2007년을 시작으로 2008, 2010, 2018, 2022년 팀의 우승을 모두 함께 했다. 프로 초창기엔 박경완의 존재에 지명타자로의 출전이 잦았지만 2015년 이후론 확고한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한화로선 경험이 풍부한 이재원에게 사실상의 '플레잉 코치'의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다. 젊은 포수들의 멘토 역할을 하며 기량 향상을 이끌어줄 수 있는 것이다.
한화는 이미 이재원 외에도 'SK 출신' 베테랑을 두 명 더 보유하고 있다. 투수 정우람과 외야수 김강민이다.
이 중 정우람은 이제 '한화 정우람'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한화에서 뛴 시간이 길어졌다. 2016년 FA로 이적한 뒤 올해까지 8시즌을 뛰었고 내년부터는 정식 '플레잉코치'로 신분을 옮긴다. 이미 젊은 투수들에게 적잖은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정우람의 역할은 좀 더 커지게 됐다.
김강민은 이재원처럼 이번 오프시즌 이적했다. 이달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아 모두를 놀라게 하며 새 둥지를 틀었다.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성실성을 갖춘 김강민의 존재 또한 한화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투수 파트 정우람, 외야수 파트 김강민, 포수 파트 이재원까지. 'SK 왕조' 출신의 베테랑들을 곳곳에 배치한 한화는 내년 시즌 '경험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starburyn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