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한부모 1명만 소송, 양육비 받아…선지급 통해 포기 말길"

배성희 한부모 가족시설 협회장 "매달 20만원, 작지만 큰 힘"
"감치명령 받는 데도 최소 2년…선지급 없어도 되는 사회 기대"

배성희 한국 한부모 가족 복지시설 협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0.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청주에서 11년간 50여 명이 사는 한부모 가족 시설을 운영하며 한부모 수백 명의 곁을 지켰어요. 그런데 시설에서 만난 한부모 중 소송을 통해 밀린 양육비를 받은사례는 단 1명뿐이었어요. 그동안 한국에서 '양육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습니다.

(서울=뉴스1) 오현주 허경 기자 = 2014년부터 저소득 한부모 가족의 자립을 도운 배성희 한국 한부모 가족복지시설 협회장(58)에게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꼭 풀어야 할 과제였다. 배 협회장은 헤어진 배우자로부터 약속한 양육비를 받지 못해 커리어를 쌓지 못하고, 단기 계약직에 머무는 양육자를 보며 매일 가슴 아파했다.

배성희 협회장은 4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몇몇 한부모 가정에서 시설의 도움을 받아 양육비 소송을 시도하긴 했으나 상대방의 거절, 비협조 등으로 중도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매달 국가가 20만 원씩 지급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되면, 한부모들은 언제 양육비를 받을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막막했던 '깜깜한 밤' 같은 삶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여성가족부가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도입하는 제도다. 정부는 중위소득 150% 이하 가정의 미성년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매달 2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배 회장은 "그동안 우리 시설 직원들도 한부모 가족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해 (입소자에게) 양육비 이행관리원 등 법률 지원 서비스를 열심히 소개했지만 매번 쉽지 않았다"며 "특히 비양육자가 일용직으로 근무하면 통장 압류가 쉽지 않아 사실상 양육비를 못받는 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을 통한 감치명령(법원이 양육비를 주지 않은 사람을 최대 30일 교도소·구치소에 가두는 것) 인용률 자체도 낮고, 또 판결까지 최소 2년이 걸려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매달 20만 원이라는 '돈'이 고소득 한부모에 비해 법률 관련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저소득 한부모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성희 한국 한부모 가족 복지시설 협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0.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배 협회장은 지난달 27일부터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양육비 이행관리원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국건강가족진흥원에서 분리 독립한 이행관리원은 이제 양육비 지급과 회수를 위한 구상소송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양육비 지원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양육비 채무자 동의 없이도 금융정보를 포함한 소득·재산 조사가 가능해졌다.

그는 "상대방 개인정보 동의 없이 소득재산 조회를 하게 된다면 양육비 이행률이 대폭 오를 것"이라며 "9월말부터 감치명령 없이 제재조치(운전면허 정지·명단 공개·출국 금지)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제재를 받은 비양육 부모가 늘 수 밖에 없는데, 양육비를 꼭 낼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배 회장은 "이제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하기에 개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선지급제가 어렵게 시작한 만큼, 양육비 문제를 아예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던 양육자가 다시 적극적으로 법적 절차를 찾을 수 있도록 시설 현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15년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생기기 전에는 시설 현장에서는 양육비 지급이라는 개념이 흔치 않았는데, 이행관리원이 생기면서 양육비를 청구하려는 움직임이 더 늘어나긴 했다"며 "선지급제가 도입되면 10년 이내 비양육 부모가 선지급제를 활용하지 않고 당연히 양육비를 주는 사회가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