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국회 갇힌 '미성년 스토킹 가중 처벌법'…독일·미국은 다르다
21대 국회 3건 발의에도 국회 문턱 못넘어…22대 재발의
해외에선 시행 …피해·가해자 연령 기준 설정도 과제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10대 청소년 대상 스토킹 범죄를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관련 법안이 다시 22대 국회에 발의됐다. 21대 국회에서는 2021년부터 총 4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미국과 독일에서는 미성년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소병훈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미성년 대상 강간과 성착취 목적 그루밍 범죄에는 가중처벌 규정이 있지만, 스토킹 행위에는 피해자 연령과 관계없이 동일한 법정형이 적용된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스토킹 피해자 또는 법정 대리인이 법원에 가해자의 접근 금지를 직접 신청하는 내용과 함께 미성년자를 스토킹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병훈 의원실 관계자는 "해외 같은 경우에는 미성년자 스토킹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조항이 있는 등 미성년 보호법이 두텁게 마련됐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스토킹 가해자 대상 가중 처벌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는 네 차례(2021년 1건·2022년 3건) 발의됐지만 입법이 된 적은 없다.
당시 발의된 법안 4건은 모두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스토킹을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 처벌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박소현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6월 '스토킹으로부터의 미성년자 특별 보호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21년 스토킹 처벌법 개정 당시에도 미성년자 대상 스토킹 행위의 가중 처벌이 논의됐으나,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스토킹 행위가 성장 과정 중인 아동·청소년에게 미칠 영향, 장차 중대범죄로 이어질 잠재적 위험성, 미성년자 범죄 취약성 등을 고려하면 스토킹 처벌법에서 특별한 보호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과 미국은 이미 관련 법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성년 스토킹 대상 가중 처벌이 이뤄질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연령 기준 등 세부 설정이 관건으로 꼽힌다.
독일에서는 21세 이상 가해자가 16세 미만 피해자를 스토킹할 경우 벌금형 없이 3개월 이상 5년 이하 자유형으로 가중 처벌을 내릴 수 있다.
미국에서는 피해자가 18세 미만인 경우 해당 스토킹 범죄에 정해진 최대 형기보다 5년 가중처벌될 수 있다. 다만 가해자가 범행 당시 18세 미만이었거나, 피해자가 15~17세 이하이면서 가해자보다 3살 이상 어리지 않은 경우에는 가중 처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스토킹으로 피해자가 중상에 이르거나 사망하는 등 높은 법정형이 규정되지 않아야 한다.
박 조사관은 "(국내에서도) 스토킹 행위자가 미성년자일 경우에도 가중처벌을 적용할 것인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스토킹 행위자의 연령 하한을 구체화해 또래간의 스토킹을 가중 처벌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고, 범죄 행위의 불법 정도를 고려한 적정한 법정형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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