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될 '양육비 선지급'…"이행관리원 강화 절실"
[양육비 선지급-下 ] 실형 선고에도 '양육비 지급 가능성' 미지수
제도 한계 보완할 '선지급제'…이행관리원 역할 중요
- 오현주 기자
"피고인은 굴착기 기사로 일하면서 급여를 현금으로 받았어도 10년간 1억 원에 달하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전 배우자가 이행명령 청구, 강제 집행 등 모든 사법적인 방법을 강구했음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죄질이 좋지 않다"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3월말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실형이 처음으로 선고됐지만, 이런 실형이 내려져도 양육비를 바로 받기란 '미지수'다. '양육비 선지급제'의 빠른 도입과 9월 독립 법인이 될 양육비 이행 관리원의 권한 강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양육비 이행 관리원이 양육비 미지급자 동의 없이 금융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을 앞두고 고의적 채무자 제재 강화의 일환이다.
'선지급제'는 2015년 도입된 한시적 긴급지원제도(중위소득 75% 이하 한부모에 최대 12개월간 월 20만 원)의 확장판이다. 중위소득 100% 이하 한부모 가구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월 20만 원을 주는 제도다.
'선지급제'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단순히 양육비 정기 지급률이 15%에 불과해서가 아니다. 국내에서 이행 명령 신청부터 감치 명령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최근 실형이 선고된 미지급 사례에서 보듯 제재가 이뤄져도 제도적 한계가 있어서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40대 여성 김 모 씨(45)의 경우 10년간 약 1억 원의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남편을 향해 이행 명령, 감치 재판, 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 제재까지 진행했지만, 양육비를 끝내 받지 못해 결국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운전면허 정지의 경우 최대 3개월까지만 가능하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명단 공개·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 제재를 받은 양육비 채무자 504명(중복 제외) 중 양육비를 전부 지급한 비중은 불과 4.6%였다.
나아가 이번처럼 실형 판결이 나왔다 해도 그동안 밀린 양육비 빠른 시간 내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비양육자가 출소한 뒤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양육자는 복잡한 '양육비 이행 명령 신청→감치 명령 신청→형사 고소' 절차를 다시 반복해야 한다.
구본창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구 배드파더스) 대표는 "양육비 이행명령 신청을 해서 형사 고소를 거쳐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 4년이 걸린다"며 "그 기간동안 아이들은 다 커버린다"고 말했다.
양육비 선지급제가 국내 첫발을 떼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양육비 이행 문제를 담당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비양육자 동의없이 재산·금융 정보 조회가 불가능하다.
한시적 긴급 지원제의 경우 비양육자 동의 없이 월 보수·자동차·토지·국세청 소득(종합 소득,사업 소득,근로 소득)·건설 기계 등 일부 정보를 조회 가능하지만 금융 정보는 조회 불가하다.
또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법원 결정을 거쳐 강제 징수권을 획득해도 예금 압류하는 과정이 복잡하다. 금융정보 조회 권한이 없어서 채무자의 거래 은행과 잔고 금액을 볼 수 없다. 이행관리원은 금융기관 중 무작위로 하나를 고르고, 적당한 금액을 임의로 적어 예금 압류 업무를 하고 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도 3월 보고서에서 "양육비를 제때 지급받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권한 부족 때문"이라며 "여러 국가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또는 지급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자 채무자 자산을 곧바로 압류하고 추심하는 데 (우리는) 이런 방법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여가부는 이행관리원의 권한 강화를 위해 양육비 선지급 후 채무자 동의 없이 금융 정보를 조회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또 내부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이행관리원의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6명에 불과한 부족한 변호사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해외 국가처럼 강력한 채권 추심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랑스 양육비이행원(ARIPA)의 경우 직권으로 채무자 직장에 압류를 통보하지만, 국내의 경우 소송 중심 이행 지원체계에 머물렀다.
허민숙 조사관은 "이행관리기관 직권으로 급여 등에서 압류를 실시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법원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양육비 미지급이 확인되면, 이행관리원이 채무자의 직장에 압류를 통보하고 징수해 양육부모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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