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선지급제' 윤곽…4년 내 '회수율 40%' 확보 관건
중위소득 100% 만 18세 자녀까지 월 20만원 지급
연간 비용 450억원대 예상…"강력한 회수 방안 필요"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빠르면 내년 하반기 도입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높은 회수율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31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통해 2029년까지 회수율 40%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정부가 미지급된 양육비를 먼저 주고, 추후 비양육자에게 받아내는 개념이다.
이 제도는 2015년부터 진행한 '한시적 긴급 지원제도'(중위소득 75% 이하 한부모 대상 최대 12개월간 월 20만 원 지급)의 확장판이다.
핵심은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1명당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소득 수준은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할 때 가운데 속한 소득) 100% 이하다.
선지급제가 도입되면 연간 비용은 456억 원대로 예상된다. 여가부가 추산한 지원 규모인 1만 9000명 전원에게 매달 20만 원씩을 줬을 경우에 해당한다.
최근 9년간 연평균 4억 7000만 원이 투입된 한시적 긴급지원제와 비교하면, 약 100배 규모다.
금액이 상당한 만큼, 강력한 회수 방안이 중요하다. 여가부의 목표인 회수율 40%는 한시적 긴급지원제 회수율(15.3%)의 2배 이상이다. 여가부 측은 "그간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상환 추이에 맞춰 40%를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높은 회수율을 위해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 양육비 이행 관리원의 독립 △채무자 동의 없이 금융정보 조회 △별도 감치 명령(최대 30일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가두는 것) 없이 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명단 공개 제재 △명단 공개 대상 채무자의 사전 소명 기간을 기존 3개월 이상에서 10일 이상으로 감축을 추진한다.
하지만 회수 방안이 그리 강력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7월 양육비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운전면허 정지·명단 공개·출국 금지 등 제재가 가능해졌지만 실효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제재를 받은 양육비 채무자 504명(중복 제외) 중 양육비를 전부 지급한 비중은 불과 4.6%였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제재 조치 이후에도 지급을 하지 않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의 유의미한 조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 감치명령 없이 운전면허 정지를 할 수 있어도 제재 기간은 겨우 최대 100일이다.
만약 정보 공개가 이뤄져도 채무자의 얼굴 사진이 표시되지 않고, 회사 도로명 주소만 나와 효과가 떨어진 상황이다. 신상정보 공개 대상에 오른 채무자의 사전 소명 기간을 줄여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본창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구 배드파더스) 대표는 "명단 공개를 해도 회사 이름도 나오지 않아 (채무자가) 어떤 사람이 전혀 특정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운전 면허를 정지한다 해도 (채무자) 직업이 운전이라고 하면 제외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육비 선지급제가 도입되도 양육자들의 미지급 소송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구본창 대표는 "받아야 할 양육비가 100만 원이면 국가 지원 20만 원을 제외한 80만 원을 계속 받아야 내야 한다"며 "선지급제 도입으로 양육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게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