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선지급제' 과제 '수북'…"곳간 확보·매운맛 채찍 필요" <下>

[양육비 선지급]정부,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도입
최소 연 900억원 예산 소요 전망도…체계적 징수 '절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게시물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2020.11.13/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여성가족부가 빠르면 내년 하반기 도입하는 '양육비 선지급제'의 안착을 위해 충분한 예산과 체계적인 회수 방안 마련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양육비 채권이 있지만 돈을 못 받은 한부모 가구 중 94%가 선지급제 대상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유 있는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

또 40여 년 전 선지급제를 시작한 독일도 지금까지 회수율이 낮다는 점에서 강력한 징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지급·추후 회수' 선지급제, 빠르면 2025년 첫발…예산 확보 '관건'

'선지급제'는 아이를 양육하는 한부모에게 정부가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먼저 주고 비양육자에게 구상권을 추후 청구해 돌려받는 제도다.

여가부가 2015년부터 진행한 '한시적 긴급 지원 제도'(중위소득 75% 이하 한부모에 최대 12개월간 월 20만 원 지급)의 확장판이다.

한부모 가정의 양육 ⓒ News1 DB

한부모 가정들의 오랜 염원인 '양육비 선지급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먼저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선지급제 지원 대상 규모는 한부모 가정 1만6000가구로 예상된다. 여가부에 따르면 현재 양육비 채권을 보유한 한부모 가구는 6만5000가구다. 그중 양육비를 받지 못한 가구는 25.9% 비중인 1만7000가구다. 여기서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할 때 가운데 속한 소득)의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하면 1만6000가구가 산출된다.

현재 예산은 매년 최소 900억여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2021년 국회예산처 '법안 비용추계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양육비 대지급(선지급) 실시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연 평균 920억 5200만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시적 긴급 지원의 지원 금액 월 20만원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을 전제로 추계됐고, 양육비 대지급 건수에 건별 지원 단가(매달 20만 원)를 곱해 나왔다.

양육비 대지급 건수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한부모 가구 중 이혼·미혼 한부모 가구 비율과 양육비 채권 비율, 양육비 채무 미지급률, 한부모 가족의 만 18세 이하 평균 자녀 수를 곱해 산출됐다.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향후 소요 예산을 두고 "(구체적인 지원 계획이 나오지 않았으나) 연 1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며 "선지급제는 정부가 구상권 청구를 통해 나중에 받아내는 개념이라 '채워지는 우물'이지만, (정부가) 먼저 지급을 위해 예비비 등으로 예산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40여 년째 선지급제 도입' 독일, 회수율 20%대…"구멍 많은 기존 제재"

강력한 징수 제도 역시 선지급제 안착의 관건이다. 기존 한시적 긴급제의 경우 회수율이 15%대에 그쳤다. 1980년부터 양육비 선지급제를 도입한 독일도 회수율이 낮다. 2022년 기준 20%가량이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독일은 빈틈없이 양육비 지원하는데 초점을 둬 이행률을 높이는데 크게 신경쓰지 않아왔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회수율 제고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4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청년편)' 사전브리핑에서 "감치 명령(구치소 등에 가두는 것) 없이 (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 등)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채무자(비양육자) 동의 없이 재산 조회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부처 간 협의가 진행 중이고, 이들을 잘 활용해 회수율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비양육자를 향한 더 강력한 회수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미지급 양육비에 이자를 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감치명령 없이 운전면허 정지를 할 수 있어도 제재 기간은 겨우 최대 100일이다. 정보 공개 역시 채무자의 사진이 표시되지 않고 직장 주소 역시 회사 이름 없이 도로명 주소만 나와 효과가 떨어진 상황이다.

감치명령 없이 형사 고소를 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본창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구 배드파더스) 대표는 "운전 면허 정지 등 제재에도 전액 지급 비율이 4%대인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게 입증이 된 것"이라며 "(비양육자가) 일할 때 운전을 해야 한다고 하면 또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 눈 색깔까지 공개하는 미국처럼 제재를 더욱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양육비이행관리원(양이원)의 권한 강화도 절실하다. 양이원의 독립법인 안건이 2월 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갈 길이 멀다. 인력 확충이 주요 과제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행원 소속 변호사 1명이 맡은 소송은 무려 253건이었다. 현재 이행원 변호사는 총 6명이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