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행 "행복한 한국은 양성평등복지국가"

"양성평등은 인권 문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생존전략"
"저출산·고령화, 소득 3만불 시대 등 현안 해결 아젠다"
"남녀 차이 인식 정책 중요…젠더 이퀄리티 ODA 확대"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한재호 기자

</figure>"양성평등(Gender Equallity)은 인권의 문제다. 여자라는, 또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이나 불평등이 있어서는 안된다. 특히 양성평등은 저출산·고령화, 소득 3만불 시대 진입 등 우리 사회의 현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젠다이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김행 원장은 양성평등 문제에 대해 '인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며 인권에 관한 인식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인권이 보장이 되는 나라가 돼야지만 개인도 행복하고 개인들이 만나서 결합한 가정도 행복해진다. 가정이 행복해져야 사회도 행복해지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인 '국민행복'도 궁극적으로 완성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양성평등은 우리 사회의 현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젠다로 여성의 고위직 및 정계 진출 등 남녀의식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며 "남성도 수지맞는 장사"라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사임하고 지난 2월28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 원장으로 취임한 그를 13일 서울 불광동 양평원 원장실에서 만났다.

- 취임 두달 반이 지났다. 그동안 주력한 압무 및 양평원 현안은.

▶ 업무, 조직을 파악하느라 너무 바빴다. 양평원 내외의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하게 가져가기 위해 5월1일자로 조직 개편을 끝냈다.

여성가족부,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등 여타 부처와 국무총리실 등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조직이 심플해져야 한다. 조직 개편을 통해 양성평등, 폭력예방 교육이라는 큰 줄기를 잡았고 더욱 확대될 것이다.

아울러 양평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분명하게 알리기 위해 CI(기업 이미지)와 BI(브랜드 아이덴티티)도 모두 바꿨다. 가정, 안전, 건강, 복지, 일자리, 의사결정, 문화정보, 교육 등 교육을 하는 8개 존에 대한 젠더 이퀄리티도 그래프화했다.

양성평등 문제는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된다. 성폭력, 가정폭력도 마찬가지다. 인권의 문제, 인간의 존엄성의 문제로 전환하도록 교과 과정 및 관련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교수진 역량 강화 등을 하고 있다.

양성평등은 우리 사회의 현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젠다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소득 3만불시대 진입, 여성의 고위직 진출 및 여성의 정계 진출 등 남녀의식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2018년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 그런데 애기를 안 낳는다. 단순히 돈만 없어서가 아니다. 양성평등 안되면 고령화 문제는 해결 안된다. 여자들이 애를 갖는데 너무나 불리하다.

또 우리 국민소득이 8년째 국민소득 2만불대에 있다. 통계청 조사(경제활동인구총괄, 공식실업률)에 따르면 남성은 71.7%의 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여자들은 49.9%밖에 안된다. 그 노동력을 끌어낼 수 있는 곳이 여성 노동력밖에 없다.

더군다나 고학력 고질의 여성 노동력이 집에 있다. 그 여성들에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줘야지만 3만불 시대에 들어 간다.

양성평등 기본법이 통과돼 너무 반가운 일이다. 남성도 그렇고 여성도 그렇고 인권 얘기를 하는데 상류층부터 극빈층까지 경제적, 문화적으로 처해진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정책이 좀 더 세밀해져야 한다.

그리고 여성이 고위직으로 가야 우리사회가 수평적 리더십의 구조로 바뀐다. 수평적, 유연한 구조로 바뀌어야 21세기 세계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OECD국가들과 비교해 너무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양성평등 교육은 코스트(비용)가 아니고 우리의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각 부처에서 백화점 형식으로 정책을 내놓아도 출산률은 계속 떨어진다. 한 아이를 출산하면 양육비 얼마를 더 준다는 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된다. 엄청난 담론보다도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을 위해,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통해 저출산 문제 단 하나만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양평원의 존재 이유가 있다. 출산률이 떨어지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울러 ODA(공적개발원조)사업을 확대하려고 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등 저개발 국가 엘리트 국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2주간에 걸쳐 성인지 예산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켜 보내려고 준비중이다.

유엔(UN), 유엔개발계획(UNDP), 월드뱅크도 옛날에는 원조할 때 물자를 지원했지만 지금은 교육 원조를 한다. 기후변화, 젠더 이퀄리티(양성평등) , 거버넌스 교육 등 세가지다. 그중 하나인 젠더 이퀄리티 교육에서 전 세계 저개발 국가에 프로그램을 보내고 교육 지원하는 게 인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아프리카 무슬람권 여성의 지위가 굉장히 열악하다. 몽골 여성지위도 너무 낮고 가정 폭력이 심하다.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이 기여해야 하는 일이다. 현재 소녀 납치사건이 일어난 나이지리아 문제도 마찬가지다. 저개발국에서 여성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줬으면 한다. 새마을 운동 교육프로그램과 함께 젠더 이퀄리티 교육 프로그램을 저개발 국가 등에 보내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성대통령 계실 때 상당한 여성정책의 변화가 있어야 된다. 여성이 평등하고 가정이 평등해야지, 여성이 행복하지 않고 가정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국가가 행복해 질 수 있겠나. 반대급부가 많은 것이 안타깝다. 비단 우리나라만 아니라 서구 선진국에서도 여성의 지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프랑스의 패리티 정치(남녀 동수의 정치)에 관심이 높다. 또한 프랑스 기업 중에는 우리나라 기업과 협약 등을 맺을 때 거래하는 기업 등에게 여성 임원 명단을 내놓으라고 하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효과가 굉장히 있다고 본다. 여성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줘야 한다. 관련해서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 News1 한재호 기자

</figure>- 청와대 대변인 시절과 달리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 않는 것 같다.

▶ 업무 파악하느라 바빴고 인터뷰 요청이 많았는데 세월호 참사가 터져 하지 못했다.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정책인 것처럼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국민이 모르면 없는 기관이다. 홍보를 강화하려 한다. 바쁘지만 양평원을 알리기 위해 글도 열심히 쓰고 있다.

양평원은 양성평등이라는 명칭이 있는 전국 유일한 기관이다. 또 여성가족부 산하 3개 기관중 대통령 직속, 국무총리실 산하, 교육부 소속 등에서 옮겨 온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과 달리 줄곧 여가부와 함께 해온 기관이다.

공공기관으로 된지 1년밖에 안돼 원장으로 오자마자 공공기관 직원으로서의 자세에 대한 강조를 굉장히 많이 했다. 공공기관의 직원이라는 것은 애국심을 전제로 한다. 애국심이 없으면 사기업과 차이가 없다. 공공기관으로서의 자세, 거기에 맞춘 근무, 일에 대한 열정을 고양시키기 위해 나름 애를 썼다.

또 양평원이 11년차가 됐기 때문에 질적 성장을 할 시기다. 원장으로 있을 동안 벨 에포쿠(Belle Epoque, 정치적 격동기를 치른 후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던 프랑스의 1890~1914년에 이르는 아름다운 시절) 시대를 열어보려 한다.

- 올해 중점 사업은.

▶최근 양성평등기본법이 통과됐다. 양성평등법은 여성을 위한 법이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양성평등법은 인권에 관한 법이다. 인권에 관한 인식의 확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인종 문제의 경우는 극명하게 나타나지만 이상하게 남녀 문제는 인권 문제로 접근이 안되는 것 같다. 어떤 사안에 있어 여자라는, 또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이나 불평등이 있으면 안된다. 양성평등은 남자나 여자나 인간의 기본권, 자유권에 근거해서 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져온 천부적인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개인의 인권이 보장이 되는 나라가 돼야지만 개인도 행복하고 그 개인들이 만나서 결합한 가정도 행복해진다. 가정이 행복해져야 사회도 행복해지고 결국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인 '국민행복'도 궁극적으로 완성될 수 있다. 꼭 여성에 방점을 갖는다기보다 남녀 공히 다 해당되는 것이다. 양성평등이 결과적으로 남성들에게 '수지 맞는 장사'라는 것을 전파할 것이다.

양평원은 기본적으로 중앙공무원 교육기관이다. 공무원들이 정책을 만들 때부터 정책이 남녀간 차별적으로 집행되지 않는가에 대한 인식을 갖고 없고는 굉장히 차이가 있다. 근원적으로는 인권에 대한 배려이고 구체적으로는 정책의 수혜자인 인간에 대한 배려에서부터 정책 입안이 되고 예산이 집행되는가를 따져 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기본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정책을 만드는 현장에 있는 공무원, 또는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현장에 있는 공무원이 정책 수립단계부터 남녀간 불평등하게 집행되거나 불평등한 요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시작하는 것과 아닌 것은 그 결과치가 크게 차이가 난다. 그것은 비단 남녀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강자간의 형평성이 맞는가, 또는 노소간에 형평이 맞는 가 이런 것들과 같이 가는 문제다.

사실 우리가 남녀 문제라고 구분해 말하기 어려운 게 경제적인 불평등 문제 또 연령의 문제 이런 것들이 중첩이 된다. 예를 들어 가난한 나이든 여성은 더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더 사회적 약자다. 이런 것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에서부터 실제 정책과 예산이 실행돼야 궁극적으로 양성평등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의무교육을 통해 공무원들의 의식을 바꾸어 실질적으로 모든 정책의 집행과정에 있어 변화가 있도록 유도한다는 면에서 양평원이 굉장히 중요한 기관이다. 오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와서 보니까 '아 굉장히 중요한 기관이구나'라는 생각을 상당히 많이 한다.

-공무원들에 대한 양성평등 교육을 해도 정책 반영은 효과가 크지 않아 보인다.

▶솔직히 아직 국민들이 체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인정한다. 실제로 공무원들이 와서 교육을 받으면 현장에 가서 적용하고 해야 되는데 이것이 굉장히 절실해야 한다.

성별영향평가분석도 열심히 하고 테크닉도 열심히 가르치게 하지만 현장의 공무원들이 보다 더 절실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양평원의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은 다른 이슈보다 절박성에 있어 우선 순위에 좀 밀리는 감이 있다. 거기에 정말 매진하려고 한다.

-어떻게 매진한다는 얘기인가.

▶ 단순히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테크닉에 집중하기보다 근본적으로 성별로 불평등이 있게 되면 우리 사회 전체 구조를 얼마나 왜곡시키고 그것이 우리 미래 시대, 아주 더 가깝게는 당신의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성별 불평등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경쟁력이 떨어지는지, 평등하지 않은 국가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얼마나 코스트를 지불해야 하는지, 또 평등한 국가가 되어야지만 또 그런 문화가 조성이 돼야지만 우리가 소득 3만불 시대를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다라는 것에 대한 절실함을 교육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절실함, 그것에 대한 철학적 공유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것에 대한 공유를 절실히 해보려고 한다.

- (양성평등 교육에 대한) 절실함을 설득력있게 뒷받침해줄 수 있는 근거는.

▶ 예를 들자면 성희롱 교육이 의무화됐고 가정폭력교육도 의무화됐다. 성별영향평가을 반드시 하도록 돼 있는 올해 성인지 예산이 23조원이다. 지난해보다 10조원 가량 증액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체감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공무원들도 그렇게 절박하지 않다.

지금 체감경기가 떨어져 경기 부양책을 써야 된다는 아젠다, 이슈가 있으면 거기에 비해 양성평등은 우선순위에서 떨어지는 거다. 절박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사실 근본적으로 보자면 우리나라가 3만불 시대로 가려면 단순히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만 써서는 한계가 있다.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의 개선, 장기적인 경제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여성 인재들한테 양질의 직업 기회를 굉장히 많이 줘야 한다. 여성의 사회적 취업률이 49%밖에 안 된다. 10년째 지속되고 있다. 노동의 질이 남성의 노동의 질보다 훨씬 낮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만 써서는 3만불 시대로 가는데 한계가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굉장히 중요하고 여성 고용에 대한 많은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단기적인 플랜에서만 보면 우선순위에서 떨어진다.

또는 우리 사회가 가족문제에 있어 중요한 것들이 굉장히 많다. 이혼율이 급속히 늘고 노인 부양이 어려워지고 있고 여성들이 결혼을 안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특히 출산 회피에 대해 단기 처방으로 이러저러한 게 나올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양성이 평등한 복지사회국가가 되지 않으면 해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

예컨대 지금 아이들 육아 지원을 위해서 지원 보조금이 있는데 그것만 갖고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류층 여성들이 애를 못 낳는 이유도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 애를 믿고 맡길 때가 없어서다. 그런 상황에서 여자들이 나가서 구태여 일해 봤자 제대로 대접도 못받는다. 이러한 우리 사회 분위기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제일 큰 국가적 아젠다인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최근에는 남성조차도 삶이 팍팍해졌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의 주장이 더 사회적으로 안티를 많이 조성하는 거 같다. 그런 점에서 참 아쉽다. 그런 점에 있어서 양평원이 정말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다.

- 우리나라 양성평등 수준은 어느 정도로 보나.

▶ 조선시대 가부장 사회도 안방마님 목소리는 컸다고 한다. 그러니까 집에서 엄처시하(嚴妻侍下)라고 얘기한다. 저한테도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한다. 집에 가면 남편들이 와이프한테 꼼짝도 못하는데 김행 원장님까지 거기 가서 여성의 권익을 위해 일하면 남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얘기냐고 한다.

집에 가면 벌받는 자세로 손들고 있다, 돈은 구경도 못했다, 월급도 받으면 통째로 준다, 애도 엄마만 찾고 집의 모든 결정은 모두 와이프가 한다 등등의 얘기들을 한다. 대한민국처럼 여성 파워가 센 데가 어디있냐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와이프한테 꼼짝 못하는 사람들이 그것(양성평등)을 실감 못하는 것 같다. 실제 사회에서 디시젼 메이킹(dicision making, 의사 결정)에 있는 여성의 숫자는 정말 극소수다.

예를 들자면 얼마 전 어느 언론사에서 기자 시험을 봐서 50명을 뽑았는데 모두 여자여서 남자 3명을 뽑았다더라. 최종 10명을 뽑을 예정인데 여자 7명, 남자 3명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언론사에 부장 이상 여자가 있느냐 하면 굉장히 적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남녀격차(GGI) 순위는 136개국중 111위다. 그런데 우리가 경제는 10위권 내에서 잘 산다. 여성의 권리가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GGI 순위가 낮은 것은 디시젼 메이킹 위치에 있는 여성의 위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의 희생과 뒷받침이 있었나. 그런데 여전히 고위직 진출은 굉장히 참 난망하지 않나. 이제 정치권 진출도 더 힘들어진 것 같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figure>- 여성이 리더로 가기까지의 장애는.

▶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어느 학자가 한 이야기인데 여자들은 맨 윗자리에 갔다 놓으면 잘하는데 중간에 갖다 놓으면 이렇게 저렇게 치여서 능력을 발휘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그것을 이런 기질적 특성으로 애기하는 사람도 있더라. 남자들은 인간관계를 수직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상하관계가 분명해서 3살만돼도 힘이 센 남자한테 구슬을 갖다 준다고 한다. 누가 자기보다 힘이 센지를 안다는 거다.

그런데 여자들은 인간간계를 수평적으로 파악한다고 한다. 그래서 굴신을 잘 안하고 상층의 부당한 지시에 타협을 잘 안하고 원칙에 더 강하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 조직의 관행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라기 보다 수직적 조직문화가 더 강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자들을 톱에다 갖다 놓으면 잘하는데 중간에 갖다 놓으면 수직적 여러 가지 구조에서 여자들이 버티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정보도 딸리고 네트워크에서도 배제되고 수평적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꾸로 얘기하면 좀 더 투명한 사회, 좀 더 선진화된 사회, 좀 더 문화적인 사회, 좀더 예측가능한 사회의 리더십 구조는 수평적 관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런 식의 사회적 변환이 있을 때까지는 최고 결정권자가 상당한 모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험을 해야된다고 생각하는 게 박근혜 대통령이 되시고 여성 각계 1호들이 꽤 많이 나왔다. 그 분들이 굉장히 잘 할 것으로 본다. 그분들을 여성 1호로 확 끌어 올린 것을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의 사회적 파급효과라고 본다.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는 것 만으로 이미 우리 사회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계에서는 박 대통령 취임 직후 여성계에 한 일이 없다고 성명서도 내고 했었다.

▶아직 체감이 약하기 때문이다. 양평원이 열심히 뛰려고 한다. 우선 여성인재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대리급까지 낮춰 각계 여성인재 DB를 구축 중이다. 여성인재 발굴을 하려고 각 기관이랑 MOU를 맺고 있다.

여성인재들한데 리더십 교육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한 식의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여성인재 네트워크 사업도 한다. 여성인재들이 네트워크가 약하다. 오늘 저녁에도 몇몇 전문직 여성 단체들 네트워크 해주러 간다.

여자들은 남녀공학을 나와도 일단 여자 동창들은 좀 제외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여자들이 직장을 그만두면 그 다음부터 사회로부터 단절이 된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 네트워크가 굉장히 약한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남자들은 사우회 등을 통해 재취업이 이뤄지고 새로운 길이 열리고 한다. 그런데 여자들은 애기를 낳으면서 경력단절이 한번 되고 직장에서 30년 다녔어도 인생 제2시기에 또 다시 경력단절이 된다.

그래서 양평원이 하고 있는 본(Born)포럼에 이어 리-본(Re-Born) 포럼도 가을에 하려고 한다. 사회에서 20~30년 일해 온 퇴직자들을 다시 엮는 거다. 그분들이 사회에 다시 한번 봉사할 수 있는,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그런 것들을 여자들이 찾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차관을 해도, 대기업의 상무까지 가도 그만두고 나면 네트워킹이 안된다. 그런 분들의 네트워킹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요구하는 분들이 많더라.

- 양평원은 어떻게 오게 됐나.

▶ 그때 (청와대 그만두고) 이렇게 저렇게 몇몇기관 공모가 있었는데 그때는 솔직히 정치 평론가를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직업을 평생했다. 대변인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한계가 있더라. 굉장히 조심스러운 자리니까. 정치 평론가였을 때는 굉장히 자유롭게 프론트 라인에서 전선을 구축해서도 얘기할 수 도 있었는데 대변인은 늘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말을 아껴야 되는 자리다.

사실 그런 생각도 했었다. 대변인 하면서 좀 더 알리고 싶었던 것, 그럼에도 자리에 대한 제약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정치평론가 자리로 가서 좀더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을 하고 글을 쓰고 이런 것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 생각이 좀 더 많았었다.

그러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게 됐는데 제일 끌렸던 것은 다른 어떤 곳보다 양평원이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을 하는 곳이고 인권에 대한 곳이라는 점이었다.

사회학을 공부했는데 사회학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불평등에 대한 학문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문이고 특히 찰스 라이트 밀즈(C.Wright Mills)의 '사회학적 상상력'이라는 책의 서문을 보면 '사회학은 자기가 남보다 사회에 빚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공부하는 학문이다'라는 글이 있다.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 교육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가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평생 하고자 했던 일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나이가 더 많이 들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 쪽에 서서 뭔가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쪽에서 양평원에 가서 일을 하는 게 의미가 있겠다 생각을 했다.

사실 청와대 나오는 시점에서는 고민을 했었다. 그냥 원래 글쓰고 정치평론가 쪽으로 가서 박근혜 정부를 좀더 국민들에게 가깝게 설명하는 일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 그걸 내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했었다.

양평원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대통령께서도 국민 모르는 정책은 모르는 정책이라고 하셨듯이 모르는 기관은 없는 기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양평원을 적극 알리려 한다. 인터뷰도 그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의 의식의 저변확대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동북아권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대통령 모시고 지난 1년간 해외를 다니면 유럽사회에서도 깜짝 놀란다. 동아시아에서 어떻게 여성대통령이 직선으로 나왔느냐고 묻는다.

울 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적이 있는데 '너희 나라는 미국보다 진보해 있다. 여성 대통령을 미국보다 먼저 만들지 않았느냐'고 했다. '참 놀랍다, 한국은 무엇이든 변혁을 할 수 있는 나라다, 굉장히 존경한다'고 얘기하더라.

여성 대통령이지만 여성 이슈가 국가적 아젠다에서 밀릴 수 있다. 저 같은 사람이 앞으로 또, 여성대통령이 언제 또 나올지 모르니까 여기서 역할을 충실히 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양성평등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는데 미력한 힘이라도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고 그 국정철학을 가장 현장에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대통령이 4대 사회악을 얘기했다. 학교폭력, 성폭력은 양성평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분야이다. 4대악 중 불량식품을 뺀 3대악은 여성문제와 관련된 국가적 아젠다다. 성폭력 문제는 양성평등 의식없이 경찰이 잡아간다고만 되는 게 아니다. 양성평등기본법도 통과됐으니 공무원도 바뀌어야 한다. 그것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려고 한다.

-성희롱 교육을 하고 있지만 줄지 않고 있다. 근본적 대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 성희롱을 하는 지도 모르는 무의식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회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다.

또 하나는 많은 경우 성희롱과 성폭행은 권력구조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정상인이 장애인에게, 또 권력있는 사람이 권력없는 사람에게 저지른다. 권력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이다. 젠더 의식을 키우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대개 내 아내와 내 딸, 사회의 여성을 구분해서 보는 이중적 시각도 굉장히 크다. 심각하다. 가정폭력은 여성에 대한 비하부터 시작이 된다. 참 안타까운 것이 성희롱의 큰 특징중 하나가 피해자가 오히려 죄를 지은 것처럼 낙인찍히는 것이다. 당한 여성은 평생을 지울 수 없는 굴레에 빠지게 된다.

양평원이 기본적으로는 두가지를 한다. 하나는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교육이고 또 하나는 성희롱, 성매매, 가정폭력에 대한 강의를 할 수 있는 전문 강사 양성이다. 전문강사 양성이 많이 돼서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기업. 사회에 저변 의식이 많이 확대돼야 할 것 같다.

제가 이런 생각 많이 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쓴 책중에 'It takes a village'는 책이 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마을이 통째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금 엄마 아빠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다. 성희롱, 성폭행, 가정폭력 이런 것들은 선제적으로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져야지 사후적으로 이뤄지면 참 안된다.

사실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여성을 대할 때 각기 다른 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어떻게 롤 플레이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성인지 연령이 3~4세라고 한다. 유치원, 유아원부터 교육이 있어야 한다. 단시간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미디어나 가정이나 학교에서 사회통합적으로 노력이 필요하다. 양성평등 문제에 여러 가지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남성에 대한 양성평등 사업도 이뤄져야 할 것 같다.

▶ 예를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민들의 문화활동 예산에 1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 예산의 1년 뒤 수혜자가 여성 60%, 남성 40%라면 남성이 손해다.

정책의 남녀 차이를 분석해 남성들이 좋아하는 문화예산으로 바꾸도록 공무원 스스로가 성인지 예산 분석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그 결과 남녀간 차별이 없도록 예산이 쓰여지도록 공무원이 교정하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남자들 군대 문제는 국방의 의무를 싫어한다기 보다 경력이 단절되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 때문에 그런 경향이 있지 않나 한다. 그런 데 대한 베니핏(혜택),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때 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지금 당장은 여자와 남자에 있어 현실적으로 여자가 열악하다. 인권국가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다. 흑백 인종문제는 민주주의, 정의,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여성 차별은 그 인식이 떨어진다.

남녀 양성평등 문제는 대한민국 생존전략이자 '넌 제로섬'(non zero sum) 게임이다. 그런데 이것을 마치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면 게임이 안된다.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그런 저변 확대를 위해 정말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마음이 바쁘다.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1959 서울 출생 △1981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과 졸업(석사), 2009 연세대 및 서강대 박사 과정 수료 △1986~1994 한국사회개발연구소조사부장 △1994~2001 중앙일보 전문기자 및 전문위원 △2001~2002 디 인포메이션 대표이사 △2002 국민통합 21 대변인 및 기획본부장 △2003~2004 청주대학교 사회학부 겸임교수 △2009~2012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 △2013 대통령 비서실 대변인 △2014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주요 저서 '소셜로 정치하라'(2012)

senajy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