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 시행에 '합법적 유기' 우려도…"경제적 지원 늘려야"

정부 "아동 생명 지키는 마지막 수단…상담 통해 원가정 양육 설득"
전문가 "원가정 양육 관건은 두터운 생계지원…아동 알권리 개선해야"

전 서구 W여성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 News1 주기철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위기임산부가 가명으로 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가 최근 시행됐지만, 부모의 양육 포기가 늘거나 아동 권리 침해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원 체계를 보다 두텁게 하고, 아동의 알 권리를 개선하는 등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동의 출생 정보를 지자체에 자동 통보하는 '출생통보제'와 함께, 아이를 직접 양육하기 어려운 임산부가 가명으로 병원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 출생통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가 지난 19일부터 시행됐다.

보호출산제는 병원이 태어난 아동의 정보를 곧바로 지자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임신·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위기임산부들의 병원 밖 출산이 늘고 유기가 증가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 마련된 제도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등록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임신·출산 사실 노출을 꺼리는 일부 임산부의 병원 밖 출산, 아동 유기 증가가 우려된다"며 "보호출산제는 태어난 아이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호출산제는 합법적 비밀 출산의 길을 터놓는 제도인 만큼 생모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 자연스레 따른다.

정부는 전국에 16개 위기임산부 지역 상담 기관과 '1308 상담 전화' 등 상담체계를 통해 위기임산부의 원가정 양육 결정을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위기 임산부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해 심층 상담과 사례관리를 제공하는 한편 생계, 주거 등 아이 양육을 위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연결하며 직접 양육 선택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한부모가족 시설 입소 소득 기준을 폐지하는 등 실질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보호출산 결정을 내리더라도 7일의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제공

그럼에도 보호출산제가 양육 포기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은 쉽게 줄지 않는다. 실제 제도 작동 이후 정부가 원가정 양육을 얼마나 설득해 낼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위기임산부가 직접 양육을 선뜻 택할 만큼 경제적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한부모가족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 한부모 가구에 자녀당 월 21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고,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 청소년 한부모 가구에는 월 35만 원을 지원하지만 위기임산부가 선뜻 직접 양육을 결정하기엔 불충분한 수준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혼모나 위기임산부에 대한 지원 자체를 지금보다 강화하는 게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며 "아이를 키우더라도 생계나 취업 등에 최대한 지장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 체계에서 아동이 생부모의 정보를 원하더라도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신상 정보를 알 수 없는 만큼 아동의 알 권리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출산제로 태어나는 아이의 입장에선 본인이 부모를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고 존재를 거부당하는 것"이라며 "특수한 사유가 없는 한 부모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경우 (부모가 아이에게) 정보를 보여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보여주지 않고 싶은 경우에만 비공개로 하는 '옵트 아웃' 제도를 운영한다"며 이같은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kys@news1.kr